시위 저지하던 사복경찰과의 충돌로 일부 학생 부상... 박 대통령 전국여성대회서 축사

 10월29일 오후2시 본교 대강당 앞 계단과 학생문화관(학문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본교 방문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사복경찰이 막아섰다. 충돌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총학생회(총학)의 주도로 이화여대 학생행진, 노동자 연대 이대모임, 이화나비 등 8개 단체와 일반 학생들 약 300명이 참여했다. 앞서 총학은 박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예정된 전국여성대회 개회 전, 오후1시 이화 파빌리온 앞 공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총학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위는 기자회견 이후 오후2시~4시30분 진행됐다.

 학생들이 피켓팅을 시작하기 위해 이동하자 사복경찰이 이를 진압했다. 학생들은 ‘국민의 뜻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며 의견을 표명했다. 학생들이 대강당으로 향하자 사복경찰들은 대강당 계단 중간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지나갈 수 없도록 막아섰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이 학교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갈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불통 대통령과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등 릴레이 발언을 하며 반발했다. 

 경찰의 저지가 격해지면서 다친 이화인도 있었다. 학문관을 지나가다 시위에 동참한 김수연(교육·14)씨는 “30~40대로 보이는 여자가 밀쳐서 교수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복경찰이었다”며 “경찰에게 붙잡히고 경호원에게 밀쳐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문관 옆길에서 사복경찰과 경호원들은 “막아, 못 가게 잡아”라고 소리치며 학생들을 붙잡았고, 학생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이들을 피해 다녔다.

 박 대통령의 축사가 끝난 후, 학생들은 학문관 쪽으로 행진했고 사복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경호원까지 투입된 약 300명의 경찰 방어에 시위는 두 무리로 나뉘었다. 이어 경찰과 학생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후문으로 나가려 하자 학문관 옆길에서 피켓을 들고 뛰는 학생들과 경찰, 경호원의 제지로 그곳은 아수라장이었다”며 “사복경찰과 경호원들은 학생들을 붙잡거나 둘러쌌고 그 과정에서 피켓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뒤엉켜 넘어졌으며, 진압과정의 몸싸움으로 사다리에 있던 기자는 떨어질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손솔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평화적으로 피켓팅을 하려 했으나 사복경찰이 갑자기 스크럼을 짜고 거칠게 밀어내는 등 폭력적으로 막아섰다”며 “경찰의 부당하고 강경한 과잉대응 때문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국여성대회의 1부 축사를 위해 참석했다. 전국여성대회는 매년 전국여성지도자들이 모여 여성의 과제와 운동방향 등을 제시하고, 몇몇 인사들을 시상하는 행사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대강당 밖에서는 ‘반 여성 정책, 국정교과서 추진, 세월호 진실 은폐.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마라’, ‘박근혜는 여성을 말할 자격 없다’ 등 피켓을 들며 정책에 관한 항의와 방문을 거부하는 시위가 계속 됐다.

 시위에 참여한 한서우(공디·15)씨는 “교과서 국정화가 되면 학생들의 외침도 없어질 수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며 “작은 목소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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