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反我'(반아)
▲ 빨간머리를 한 여자들이 등장하는 초현실적 모션으로 구성된 4개의 단편 영상 작품
▲ 락시크 콘셉트에 보헤미안적 요소를 가미한 'VOA'(Vov Original Applicable)
▲ 한겨울 차가운 공기의 느낌과 소복히 쌓인 눈이 주는 포근함을 살린 '숲이 말하다'
▲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강박적 습관들을 형상화한 'Obsession' 사진=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이승연 기자 hilee96@ewhain.net

 조형예술대학(조예대)의 차세대 작가·디자이너들이 전시회를 가진다. 조예대는 10월27일~11월9일(월) 조형예술관A, B, C동과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에서 ‘제18차 이 작품을 주목한다’ 전시를 개최한다.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도자예술과, 공간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섬유예술과, 패션디자인과, 의류학과 학부생 29명이 각각 개인과 팀으로 작품 26점을 출품했다. 개막행사는 10월27일 오후5시 조형예술관A동 1층 현관에서 열렸다. 조예대 원인종 학장은 “‘이 작품을 주목한다’ 전시 경험은 앞으로 예술인의 삶을 살아갈 학생들에게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잠재력과 가능성이 가득한 미래로의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A동에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1층 로비부터 4층 복도까지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에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예술성이 각자의 색깔로 빛난다.
조형예술관A동 로비 왼편의 복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화신(조소·13)씨의 설치작품 ‘反我’(반아)(사진?)가 눈에 띈다. 테이블 위에 하얀색과 검정색의 고래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대조된 두 마리의 고래 사이에는 작은 유리창이 마치 거울인 양 세워져있다. 고래는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씨는 “저 편에 있는 다른 형태의 ‘나’를 꿈꾸며 성장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작품을 지나 복도를 따라 가다보면 오른편 벽에는 늦여름 어느 비오는 날의 창이 걸려있다. 김성민(조소·13)씨의 작품 ‘8월의 끝자락’이다. 8월의 끝자락, 빗방울 맺힌 창너머 녹음이 우거진 바깥풍경이 떠오른다. 김씨는 “글라스 데코(Glass Deco) 기법을 이용해 비 내리는 모습을 빛으로 투과해 본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복도 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미지의 생물체가 뿜어내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수묵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배윤재(동양화·12)씨의 ‘꿈틀’이다. 제목처럼 그림속의 생물체는 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먹과 채색을 이용한 세밀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배씨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모된 생명체의 이면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2층을 가로질러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지점 두 개의 모니터에서는 빨간머리를 한 여자들이 벌거벗고 춤을 추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 여자들, 머리가 없다. 새빨간 머리칼이 흉부에서부터 솟아나 있는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4개의 단편 영상을 이어놓은 이 작품은 이호진(서양화·11)씨의 ▲탈출 ▲죄와 벌 ▲에피소드1-공놀이 ▲에피소드2-바람놀이(사진?)다. 4 작품에는 모두 빨간머리 여자들이 등장한다. 똑같은 모습의 빨간머리 여자들은 화분을 들고 춤을 추고, 정처 없이 걸어다니다가 알을 낳기도 한다. 알에서는 또 다른 빨간머리 여자가 태어나 춤을 춘다. 그러다 여자들이 하나둘씩 어디론가 빨려들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이 반복된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초현실적 모션을 담은 각 1~2분짜리 영상들은 단편적이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져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을 만든 이씨는 “스스로 일상에서 떠올린 상상과 이야기들을 가볍고 유희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반대편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에는 한겨울의 눈덮인 자작나무 숲이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신나옥(섬예·12)씨의 ‘숲이 말하다’(사진?)다. 추운 겨울날, 눈과 자작나무로 온통 새하얗고 차가운 숲이 벽면 전체에 펼쳐져 있다. 주위는 너무나 고요해서 마음 속의 혼잣말이 마치 숲이 무어라 말을 건네는 것처럼 메아리친다. 나무의 질감, 한겨울 차가운 공기의 느낌과 대조적으로 소복히 쌓인 눈이 주는 포근함까지 그대로 살려낸 표현기법이 인상적이다. 신씨는 “따뜻하고 감싸주는 성격을 가진 실을 재료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타피스트리(Tapestry) 기법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타피스트리란 실을 위사, 경사로 엮어 형상을 만들어내는 표현기법이다. 신씨는 “고요한 자작나무 숲을 보며 각자 다른 자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2층에서 1층 로비로 다시 내려가는 계단의 중간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뛰논다. 박소현(동양화·12)씨의 ‘untitled 06’과 ‘untitled 08’은 분수 물줄기 사이에서 신난 아이들의 손짓과 발짓을 역동적으로 살려냈다. 박씨는 “붓이 움직이는대로 물줄기의 시원한 느낌을 살려 어린아이들이 분수에서 뛰어오는 모습을 표현했다”며 “아이들의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C동에는 공간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패션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건물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영상작품은 김세영(영디·11)의 ‘The Perfect Jungle’이다. 프로젝터를 통해 벽면에 정글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 펼쳐진다. 야생 본연의 정글은 대칭의 이미지로 재구성돼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영상은 수채화를 바탕으로 해 정글의 다채로운 색채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김씨는 “불규칙적인 환경을 규칙적으로 통제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인위적 느낌의 정글 속에서 구현해냈다”며 “불규칙 속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층 복도로 들어서면 보이는 여섯 점의 몽환적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의식 저 편의 무언가를 끄집어내도록 한다. 가위로 여러갈래 잘린 조각들, 파편화된 문자들, 어지러운 기하학의 향연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강박적 습관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Obsession’(사진?)이라는 제목의 각 작품 화면 아래쪽에는 ‘이렇게 하면 되게 시원해.’ ‘계속 계속 접어’ 등 기이한 문구들이 적혀있다. 전다운(시디·11)씨는 ‘스트레스’에 대해 주변인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작품에서 시각화했다. 글자로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라피(Typography) 기법을 이용하고, 단순한 형태의 물건과 작용을 보여줌으로써 ‘강박’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객체(Object, 오브젝트)를 배치해 사진으로 촬영했다. 전씨는 “강박적 습관들은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드러내는 탈출구이자 내면의 현실도피 공간이다”며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순간 속에서 스스로가 만들어낸 판타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김여은(패디·12)씨의 의상작품 ‘Flow’가 전시돼있다. 의상전체를 감싸는 지그재그 형식의 장식물에서 물결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전체적인 형상은 근엄한 기운을 내뿜는다. 바닥까지 늘어진 장식물은 마치 바닷속으로부터 솟아오른 인물의 발치에 감도는 파도 거품처럼 보인다. 김씨는 “시적인 흐름을 주제로 네오프렌(Neoprene) 소재의 의상 위에 다양한 크기의 아일렛(Eyelet)으로 일련의 구멍을 내 선적으로 구성했다”며 “바탕에는 시접을 밖으로 나오게 하여 선의 흐름이 도드라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층 더 올라가 4층 엘레베이터 앞에는 김수정(산디·11)씨와 황은솔(산디·11)씨의 프라모델 ‘Plalamp01’이 전시돼있다. ‘Plalamp01’은 플라스틱을 조립해서 만드는 램프로, 벽면에는 조립도가 걸려있다. 김씨와 황씨는 직접 창안한 브랜드 ‘xyz’의 이름으로 프라모델 제품을 내놨다. 김씨는 “키덜트(Kidult) 문화에 놀이와 취미, 문화를 접목시켜 창의적이고 감수성 깊은 키덜트 문화산업을 확신시키고자 했다”며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생활관에서는 의류학과 학부생 두 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생활관 2층에는 화려한 테슬 장식의 가죽재킷과 퍼코트 의상을 입힌 작품 두 점이 전시돼있다. 남보람(의류·12)씨를 비롯한 5명의 팀원들은 락시크(Rock chic)콘셉트에 보헤미안(Bohemian)적 요소를 가미해 가을과 겨울 트렌드를 짚어냈다. 이들은 ‘VOA’(Vov Original Applicable)(사진?)라는 이름의 독창적인 상품라인을 제시했다. 남씨는 “독창적 프렌치시크(French chic)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했다”며 “나파가죽에 스터드와 테슬 장식 등으로 느낌을 살리고자했다”고 말했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26점의 작품을 9일(월)까지 조형예술관A동, B동, C동과 생활 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주 공강시간에는 학교 안 강의동으로 작품감상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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