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조예대 박애정 교수 개인전, 10월20일~10월31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려

▲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얇고 선명한 원색의 실부터 두툼하고 화려한 실까지, 갤러리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과 질감의 실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실들은 길게 늘어져 있기도, 서로 엉켜있기도, 비틀게 감겨있기도 하다. 이는 본교 조형예술대학 박애정 교수(섬유예술과)의 ‘Time Goes by...’ 전시의 풍경이다. 박 교수는 선(線)에는 인간의 시간이 담겨있다고 말하며 다양한 소재와 크기의 섬유로 전시장을 꾸몄다. 본지는 10월28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 박 교수의 24번째 개인전을 찾았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Time Goes by...’다.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박 교수는 실과 구리, 스테인리스 금속으로 만든 선에 대입해 순간에서 영원, 생(生)과 사(死)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박 교수에게 실로 구성된 선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의미한다. 작품에서 실을 감는 행위는 인간의 생과 사 즉, 삶에 대한 이야기와 같다. 또, 실은 작가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을 보면 실이 가지런하게 감긴 작품이 있는 반면, 실이 엉켜있는 작품도 있다. 박 교수는 실이 가지런하게 감긴 작품은 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를, 실이 엉킨 작품은 삶의 어려움과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입구에서 몇 걸음 앞으로 가면 사각형 틀 안에 엉켜있는 빨간 실 뭉치가 또 다른 실에 감긴 작품을 볼 수 있다. 빨간 실 뭉치는 인간의 심장을 나타내고 실 뭉치를 감고 있는 실은 심장을 둘러싼 혈관을 의미한다. 실로 심장을 감싼 혈관을 표현한 박 교수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과 생명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국의 미(美)와 서양의 미를 한 공간에서 함께 보여주는 기법은 박 교수가 동서양의 만남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어떤 작품은 노란색과 빨간색, 파란색의 실을 이용해 한국적인 단정한 느낌을 표현했고, 또 다른 작품은 반짝이가 붙은 실, 금빛의 실과 같은 이색적인 소재로 서양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한국인의 미와 철학에 서구적 시각을 덧붙여 동서양의 아름다운 삶이 공존하게 하는 것이다.

 시간 개념과 더불어 리듬감과 균형을 중시하는 박 교수의 전시에는 이와 관련해 독특한 설치기법이 사용된다. 전시 방향에서 조금 더 걸어 왼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사각형 틀이 은은한 색으로 반짝이는 실로 감긴 작품이 기울어져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기울어진 형태로 배치된 작품과 서로 다른 크기의 작품 배열을 통해 리듬감을 보여주고, 또 다른 벽면에 정갈하게 붙어있는 작품으로 균형을 맞춘다.

 기울어있는 작품 옆에는 책을 넘기는 형태로 벽에서 비스듬하게 돌출되게 설치된 작품도 볼 수 있다. 작품이 벽에 부착돼있지 않고 한쪽이 들려있게 배치돼 작품 설치 자체만으로 ‘책 넘김’이라는 의미가 있게 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갤러리 중앙에 공중에 매달린 작품이 있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매달린 작품을 앞뒤에서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관람 방식을 통해 관람 시각의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다. 
전시 끝머리인 갤러리 왼쪽 벽에 도착하면 스테인리스 틀에 금속을 감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실도, 구리도, 스테인리스도 모두 섬유가 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재료지만 섬유라는 공통적 특성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간을 주제로 한 자신의 실타래는 끊임없이 창조될 것'이라 말한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앞으로 실과 철사의 변색도 시도해보고 싶기도 하고, 작품이 어느 공간에 있어도 온전한 작품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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