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본연의 의미를 잊지 말 것

 얼마 전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를 보았다. 1930년대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지역을 식민지배할 당시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프랑스 영화다. 인도차이나는 일반적으로 옛 프랑스령 식민지인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이렇게 3개의 나라를 가리킨다. 1992년 개봉한 이 영화는 레지스 와그니어(Regis Wargnier)라는 프랑스 감독의 작품이다.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그려진 프랑스령 식민지 시대의 인도차이나 모습은 과연 그 당시 현지인들을 착취하는 제국주의 프랑스인들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담아냈을까. 그 시기 프랑스인들에게 억압받으며 고무농장에서 일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인도차이나 지역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자신들이 겪은 일이 빠짐없이 그려졌다고 생각할까. 이처럼 역사는 보는 이가 처한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언론 매체들이 한 사건을 두고 기술해낸 결과도 저마다 다르다. 10월29일 본교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현 행보에 반대하는 본교생들의 피켓팅이 있었다.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팔짱을 끼고 본교생들의 길을 막아섰다. 한 언론 매체는 이날의 사건을 두고 ‘이화여대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할 수 없다”… 대치 상황서 경찰관 1명 부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다른 언론 매체는 같은 사건을 ‘“사복 경찰 동원하더니”… 이화여대생 부상 사진 ‘시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처럼 하나의 같은 사건을 두고도 언론 매체마다 어떤 점을 강조해서 쓰는지가 다를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가 역사와 관련된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의 정의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이다.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역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역사가들이 각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재구성해 기록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역사다. 오늘날 우리가 과거의 어떤 역사를 직접 보고 들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역사가들이 재구성해놓은 역사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배운다.

 역사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존재함을 알고 이를 비교하며 공부하는 것도 역사 공부의 일환이다. 하나의 같은 사실을 왜 다르게 보는지,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를 비교하고 분석해보는 과정 자체에서 역사 공부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영화 ‘인도차이나’에 반영된 프랑스인의 시각과 인도차이나 현지인 시각을 비교해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분석하면서 당대 상황을 이해해볼 수 있다. 10월29일 본교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왜 여러 매체가 서로 다른 부분을 강조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시각만을 배우도록 강요하는 한국사교과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역사의 본질을 잊었다는 점에서부터 국정교과서는 모순적이다. 정부는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 본연의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시대에 역행하는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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