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민주주의 퇴행의 시작

 아이폰의 배터리는 1년이 지나면 급속히 빨리 방전된다. 케이블은 잘 끊어지는데도 비싸다. 1m 기준 2만6000원이다. 전원 어댑터는 따로 판다. 아이폰 충전기를 완전체로 다시 사려면 5만2000원을 줘야 한다. 가품 케이블을 써도 되지만 어느 순간부턴 정품이 아니라며 충전을 거부한다. 애플 제품이 아니면 호환도 잘 안된단 뜻이다. 고객을 위한 콜센터마저 불편하다. 이메일을 남겨야 전화를 걸어온다. 애플 직영의 오프라인 스토어도 없다.

 이 때 국가가 나선다. 아이폰의 단점이 많으니 2017년부터는 액세서리 가격도 싸고 호환도 잘 되는 안드로이드폰만 유통할거라 말한다. 아이폰의 불편함을 알고도 기꺼이 아이폰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빼앗는다. 시민들은 왜 국가가 나서서 애플을 퇴출하고 안드로이드폰만 쓰길 강요하냐고 묻는다. 국가는 안드로이드폰이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좋은 품질과 사양을 제공할 수 있게 국가가 직접 만들테니 걱정 말라 말한다. 그러나 애플보다 더 좋은 제품을 내놓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다. 애플이 나쁘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 문제다. 자유도 없고 시민도 없다. 기업마저 없다. 오로지 국가만 남는다. 공산주의 국가가 하는 일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도 마찬가지다.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김일성의 주체사상 소개가 가능했던 건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오늘날의 실상’을 살펴보고,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을 서술’하라는 교육부의 집필 기준때문이다. 최종 승인(2014년 1월)을 한 것 또한 교육부다. 이것이 옳지 않다면 새로운 집필 기준을 만들어 검인정 과정을 수정하면 된다. 최종 결정자를 경질하고 새로운 결정자를 뽑으면 된다. 일부 집필진들이 집필 기준과 검인정 과정에 불복해 소송한다면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집필진이 패소한다면 교육부의 수정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선택지를 수정해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답이다. 국가가 나서서 시장의 선택지를 빼앗고 하나의 선택만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독재일 뿐이다.

 2017년에 나올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지는 알 수 없다. 역사상 가장 좋은 교과서를 만들지도 알 수 없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던 국가가 타율과 획일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자유적이며 반민주적이다. 너무나도 당연히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실무 지휘자였지만 8개월 만에 조기 교체된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은 과거 교수 시절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교과서 발행 제도는 국정-검인정-자유발행 순서로 나간다”고 했다. 그의 말이 꼭 맞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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