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조명하는 성소수자의 삶, 사춘기부터 결혼까지
영화로 조명하는 성소수자의 삶, 사춘기부터 결혼까지
  • 남미래 기자
  • 승인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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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법화 결정을 내린 후, LGBTQ(성소수자를 뜻하는 말)와 관련한 사안들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는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가 생긴 지 20주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삶을 비춰보고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동성애자…소외된 이웃으로 냉소적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다
 동성애자 청소년들은 학교폭력의 주된 대상이 된다. 남들과 다른 성적취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성희롱과 성폭행, 물리적 폭력까지 당하기도 한다. 200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청소년 성소수자 생활실태에 따르면 언어적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는 동성애자 청소년이 51.5%, 신체적 폭력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 22.3%로 동성애자 청소년은 학교 폭력 문제에 노출돼 있다.

 ‘야간비행’(2014)은 청소년들의 동성애 이야기와 함께 학교폭력, 입시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용주(곽시양 분)는 동성애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학생이다. 왕따 주도 무리의 우두머리 기웅(이재준 분)은 용주와 중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냈지만 고등학교 진학 이후로 이들의 사이는 소원해졌다. 동성애자인 용주가 이성애자인 기웅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이 가장 두려운 일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신체적, 정신적 폭력까지 당하게 된다. 아웃팅은 성소수자들이 준비없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그대로 노출된다. 용주는 친구에 의해 아웃팅을 당하게 되고 이로써 용주는 새로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동성애자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들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야간비행’은 퀴어 영화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주로 연애에 초점을 맞춰온 일반적인 퀴어영화와 조금 다르다. 영화는 동성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과 비정규직, 미혼모 등과 같은 문제도 함께 다룬다. 학교폭력을 당한 용주가 엘리베이터 안에 주저앉아 우는 장면은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린 남고생이 자살하기 전 엘리베이터에서 주저앉아 울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노조에서조차도 차별당하고 쫓겨난 기웅의 아버지, 26살에 미혼모가 돼 용주를 낳은 용주 어머니도 성소수자인 용주와 같이 사회의 냉소적인 시선을 견디며 살아간다.

‘내 안의 그녀가 죽었다’…자신의 성 정체성 포기하기도
성소수자 가운데는 성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과 다른 경우가 있다. 생물학적 성과는 다른 내면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사람을 트랜스젠더, 이로 인해 성 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을 트랜스섹슈얼이라고 한다. 수술에 성공한 트랜스섹슈얼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내면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이힐’(2014)은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갈등을 겪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강력계 형사인 지욱(차승원 분)은 조폭들도 무서워하는 일명 ‘상남자’다. 하지만 그는 혼자 여장을 하고 커피를 마실 때 새끼손가락을 들고 마시는 등 내면의 여성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를 감추기 위해 오히려 더욱 남성적으로 행동했다. 지욱은 어려서부터 같은 학교를 다녔던 소년과 사랑에 빠지지만 소년이 자살해 소년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더 이상 여성성을 숨기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는, 트랜스섹슈얼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지욱은 호르몬제를 맞으며 여성이 될 준비를 한다. 아름다운 트랜스섹슈얼 여성인 도도(이엘 분)를 만나, 세상에 내면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근거리는 주변의 시선에 주눅 들고 상처받은 지욱은 이내 자신의 남성 신체를 유지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여성이 되는 것을 포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은 잔재한다. 지욱이 트랜스젠더 바에서 만난 바다(이용녀 분)는 “게이들은 창의적이다, 독창적이다며 잘 먹고 사는 세상이지만 젠더는 살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영화는 트랜스젠더들이 술집에서 성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모든 트랜스젠더의 삶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하리수처럼 유명한 연예인에서부터 협상컨설턴트, 평범한 직장인까지 트랜스젠더의 삶은 영화보다 훨씬 더 평범하고 다양하다.

게이가 여자와 사랑을 하다…이성과 동성이 아닌 사람과의 사랑
 성소수자의 문제는 이성애자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난 그녀와 키스했다’(2015)는 게이인 남성이 동성결혼을 앞두고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남성인 앙투안(래닉 가우트리 분)과 10년째 연애중인 게이 제레미(피오 마르마이 분)는 어느 날 여성인 아드나(애드리애너 그라지엘 분)와 사랑에 빠진다. 중학생 이후 자신의 성 정체성이 게이임을 부모님께 커밍아웃까지 했지만 아드나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제레미의 부모가 제레미의 동성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기뻐하는 모습도 인상 깊다. 제레미가 다시 여성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의 부모는 크게 화를 낸다. 제레미의 부모는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게이가 여자를 사랑하다. 역발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성애라는 관점을 벗어나면 그저 결혼을 준비하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게이인 남성이 여성에게 흔들리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인 것 같지만, 영화는 ‘게이가 이성애자가 됐다’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떠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