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폄하하지 말길

 “근자감 장난 아니다.”

 이 말을 누군가 처음 쓰는 것을 들었을 때, 그 말의 대상이 내가 아닌데도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괜히 움츠러들게 하는 말이다. ‘근자감’이라 함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준말인데,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이면 어쩌나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단하게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말이다. 그 ‘근거 없음’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을 정하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근자감이라는 말을 쓰는 당사자의 근자감도 장난 아닌 것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봤을 때 저 정도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 너무 자신감으로 무장해있으니 수그리고 있으라는 말인데, 이 논리는 정말 주관적이고 폭력적이다.

 물론 그 말을 하는 사람도 주변의 눈치를 보고 사람들이 호응을 해줄 만한 상황인지 판단한 후에 그런 말을 내뱉었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그 말의 폭력성이 두드러지기 보다는 모두의 지지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분명 억울한 논리가 숨어있다. ‘근거도 없이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서러운 데가 있다. 사회의 기준에 따라 ‘루저’로 진단되는 것도 서러운데, 자신감조차 가지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이 사회는 정말 칭찬에 박하다. 그리고 알아서 자기 스스로를 예뻐하는 사람들까지 처단하고야 마는 것이다.

 자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계보에서 근자감보다 위에 있는 것이 ‘공주병 · 왕자병’인데, 이 때 부터 이미 자기애는 하나의 ‘병’으로 진단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의 유행은 정말 짧게 끝났다. 그리고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박해의 계보는 아주 길다. 하지만 그 박해의 계보가 긴만큼, 그 박해 대상인 ‘자뻑’의 계보 또한 아주 길다는 것은 희망적으로 보인다. 아무리 주변에서 그 자신감을 지겨워하고 질투하며 깎아내리려고 해도 나만의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계보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 자신감이 자만으로까지 넘어가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나만 잘났다' 하는 태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자뻑은 그냥 눈감아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듣기 싫으면 그냥 안 들으면 그만이다. 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굳이 현실의 기준을 들이대면서 ‘네 주제를 알라’고 밑으로 끌어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칭찬의 힘은 대단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은 그 저력과 뚝심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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