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구 교수 심포지운 ­「실존철학과 여성」 사회 세반여건이 변화하고 여성의 지위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면서 여성의 문제를 사회와 개인속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하고자 「여성학」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여성학 연구는 모든 학문영역에서 접근하여 발달하였는데, 지난 3월 29일 (금) 오후 4시∼6시 직관홀에서 본교 여성연구소 주최의 제 4차 여성연구 교수 콜로키움(colloquium, 약식 심포지움) 역시 실존철학의 입장에서 접근한 여성학 연구발표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신옥희교수(철학과)가 현재 준비중인 메리 데일리(Mary Daly)의 여성과 실존철학을 분석한 책을 「실촌철학과 여성학」이라는 주제로 본 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중간발표했다.

발제문에서 신교수는 미국의 급진적 여성학자인 메리데일리가 그의 저서 「여성/생태학」에서 전개하고 있는 여성학적 자아론을 실존철학과 관련시켜 그 타당성과 한계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의 여성학이론의 특징은 자아의 문제를 여성학의 근본문제로 제기하고 참된 「여성적 자아」의 회복을 호소하는데 있다.

즉, 여성은 남성들에 의해 강요되는 윤리적 살므이 원리들로 인해 참된 자아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이를 깨뜨리는 여성 자신의 선택·결단에 의해 참된 자아가 획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교수는 이를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본래적 자아와 비본래적자아의 대립에 기초하는 이원론적 인간존재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가해지는 구조주의적·경험주의적 페미니즘 사상가들의 『가부장제에 의해 오염된 현실적 자아의 배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참자아의 상정은 잘못』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러한 비판은 「실존」의 개념을 고정적 「인간본성」ㅏ으로 오해한데서 나온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존」은 불변하는 「본질」이 아니라 자기와 관계하는 관계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의 고유한 운명을 창조하는 개체 인간의 「자기」를 의미하는 것이며, 데일리의 비본래적·현실적 자아와 대립되는 본래적 자아·참자아는 초현실적·형이상학적 자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데일리는 마르틴 부버의 대화적 관계의 철학에 기초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나­너>관계에서 「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서 로버트처럼 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여성상(womanhood)」,「모성(motherhood)」,「여성다움(feminitude)」등의 가부장제적 관념들과 본질주의적 실체로서의 인간규정을 파괴하는 운동인 「악령추방」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즉, 가부장제는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이기때문에 사회개혁이 아닌 남성들에 의해 제조된 여성적 존재의 틀을 부정하고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여성적 자아에 도달하도록 하는 「악령추방」의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끼리의 결합투쟁과 여성적 우정을 자아를 드러내고 창조하는 관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급진적 여성학자들은 본래 신좌파(New Left) 운동가로 활동하던 여성주의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여성문제의 해결방식에 회의를 품고 갈라져나와 여성억압의 근본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있다고 보고잇다.

그리고 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장으로서의 가정을 파괴하고 여성과 남성이 주체로 만나 서로를 보완다는 장으로서 가정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선 이런 논리는 교육받은 여성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주장이며 여성해방을 여성으로만 해결하려하는 것은 지나친 이분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발표후 계속된 토론에서 이상화교수(철학과)는 데일리의 실존주의적 여성학이 그 내면적접근방식에서 여전히 추상성과 관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데일리 이론이 여성노동자등 하층여성들과 제국주의 사회여성의 상황에는 설명성을 지니지 못한다.

그리고 사회구조에 대한 개혁없이 의식의 전환만으로 현실을 개혁할 수 있다는 관념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김병서 교수(사회학과)는 『남성을 배제시킨 채 여성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여성억압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공동의 문제』라고 반론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신교수는 데일리 이론의 적용에 있어서의 한계와 개인주체의 내부개혁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이 활동가로서의 여성의 존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여성의 문제를 개체 내부의 문제로 볼때, 고학력자인 현 여성학자들에게는 큰 가치를 지닌다고 답변했다.

김교수의 반론에 대해서는 『급진적 여성학파중에는 남성들과 재연대의 틀을 찾고자 하는 축도 있으나 구체적 방법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고 다양한 여성운동의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0여명의 교수·대학우너생의 관심속에 진행된 이번 콜로키움은 중간발표라는 한계내에서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본 연구가 완성된다면 이후 본교 여성학연구에 있어 새로운 논의의 중심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신교수가 분석한 실존주의적 여성학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던 미국의 급진적 이론으로, 사회학적 접근일변도로 전개되던 한국 여성학계에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여성학여눅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 타분야에 비해 활발히 선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성학 분야의 연구활동 산물인 것을 생각할 때 이런 모범적 사례가 침체된 본교내 타분야 연구활동을 촉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오유선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