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태블릿 PC를 하나 갖게 됐는데, 원래 있던 내 노트북보다 훨씬 가볍고 쓰기 편해서 거의 항상 들고 다닌다. 이 기계와 동행하며 곧 나는 각종 사이트에서 가방 무게 걱정 없이 그때그때 흥미 있는 자료들을 내려 받아 읽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접근하는 자유로움을 즐기는 새에 자연스럽게 종이로 된 책과는 멀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로 인한 상실을 감안하고라도 그것은 분명 내 생활에서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영문학자 마크 바우어라인(Mark Bauerlein)은 2008년 그의 책 ‘가장 멍청한 세대'에서 디지털 시대의 기술이 젊은이들의 지적 능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량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은 점점 무지해져 간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자신의 삶 곳곳에 침투하도록 내버려두며, 따라서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진지한 분석 능력을 잃고 왜곡된 정보, 형편없는 문법, 세대 간 연대의 부재 등의 함정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쏟아지는 수많은 비난은 그것이 가능하게 해 준 많은 일들을 다소 간과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어디서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사람들이 사용가능한 지적 영역을 놀랍도록 확장시켰다. 이제 기계는 인간에게 있어 뇌 이외에 또 하나의 지식의 저장고가 되어, 일일이 책이나 전문가에 접근하는 수고를 겪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 우리는 흔히 혼란을 겪는다. 그러나 현 시대에서 인터넷이 가져다 준 자유로움을 받아들이고 길들인다면, 이 새로운 매체는 아마도 우리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사고의 방식을 알려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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