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마를 입은 로버트 레이드 드레이크씨
▲ 더 센터에서 Real QTs가 예술 공연을 하고 있다.
▲ 더 페어 프라이드 데이 퍼레이드

  <편집자주>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법화 결정을 내린 후, 국내에서도 성소수자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판결 이틀 뒤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해 변화한 세계정세를 실감케 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전통적 성 윤리를 이유로 동성애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성소수자 관련 조항으로 인해 차별금지법마저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19일~8월29일 미국 뉴욕주 뉴욕시, 시라큐스시를 찾아 뉴욕의 성소수자 인권 실태를 취재했다. 본지는 ‘떴다 무지개 in NY, 성소수자 권리의 도시’를 주제로 2주 간 기사를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뉴욕 지역사회의 성소수자 지원과 성소수자들의 활동, 그리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에 대해 다뤘다.

“저는 치마 입는 걸 좋아해요. 치마를 입고 어디에든 갈 수 있죠. 치마를 입으면 자신감이 생겨요.”
8월19일 미국 뉴욕주 뉴욕시 더 센터(The Center)에서 만난 로버트 레이드 드레이크(Robert Reid Drake)씨는 이날도 치마를 입고 있었다.
뉴욕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드레이크씨처럼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어도 성정체성이 여성이라면 여성 의상을 착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더 센터, 성소수자 교류의 장
  뉴욕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자신을 숨기지 않을 수 있게 된 원동력 중 하나로 더 센터를 꼽을 수 있다. 더 센터는 1983년 성소수자를 위해 설립된 센터로, 뉴욕시의 성소수자를 위해 ▲육체 및 정신 건강 프로그램 ▲예술·오락·문화 이벤트 ▲회복, 정신 건강, 부모·가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센터는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쓴다.

  매주 약 6000명, 1년에 약 400개의 성소수자 모임이 더 센터를 찾는다. 그중에는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포덤대(Fordham University) 등 뉴욕에 위치한 대학 학생들도 있다. 센터 내에는 성소수자 모임들을 위한 빈 강의실들, 영화 상영 등을 할 수 있는 스크린 시설, 성소수자 관련 국가적 역사 문서 보관소, 각종 그림 및 사진, 성 중립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 더 센터 홍보팀 메리 스테이어(Mary Steyer) 팀장은 “뉴욕 지역 대학에는 성소수자 학생의 모임,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의 모임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성소수자 관련 예술, 역사 등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나 성소수자를 위한 장소를 필요로 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더 센터의 주요 임무는 성소수자 모임 조성을 돕고, 이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들의 모임도 지원한다. 더 센터 1층 로비에는 그날 센터 몇 층 몇 호에서 언제 어떤 단체들이 모임을 하는지가 적힌 스케줄표가 게시돼 있다. 스테이어 팀장은 “소외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센터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 일상적인 날에도 만나서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더 센터를 방문하는 단체는 자발적으로 문화·학술 교류를 진행하기도 한다. 8월19일에는 성소수자의 사회적 역할과 가능성을 행위 예술로 표현하는 Real QTs 단체가 예술 공연을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자신들의 끼를 몸으로 직접 표현했다. “Think about it when he’s t-boned after taking you to the bus station.”(그가 너를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고서 사랑에 빠졌을 때 그걸 생각해.) 드레이크씨가 자작시를 읽어 내려갔다. 이어 렉스 레오노위즈(Rex Leonowicz)씨 등이 시를 낭송했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집자큐(GypjaQ)씨는 스크린에 ‘Blown Away’(2015) 뮤직비디오를 켜놓은 채 노래와 랩을 했다. 양옆에서 다른 동료 2명은 음악에 맞춰 멋진 몸놀림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행사를 진행한 레오노위즈씨는 “소외된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표출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행사를 진행했다”며 “우리의 재능, 경험을 나누고 정체성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8월20일에는 성소수자 영어 말하기 단체인 Pride Toastmasters의 모임이 진행됐다. 약 30명의 참여자는 한 명씩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 자신의 일상 등을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다양한 연령층의 여러분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Trolling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하고자 해요. Trolling은 인터넷 공간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사람의 화를 부추기는 것처럼,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를 뜻하죠. 젊은이 중에서도 이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 사람이 나가서 말할 때 나머지 사람들은 평가지에 그 사람의 말하기에 대한 각자의 피드백을 적었다. 참가자 다니엘 발마스(Daniel Valmas)씨는 “더 센터의 일정표를 보던 중 Pride Toastmasters 모임에서 다른 성소수자들과 교류하고 생산적인 것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 페어 프라이드 데이에서 성소수자 관련 정보 공유해요”
  뉴욕주 시라큐스시의 더 페어(The Great New York State Fair, The Fair)도 주목할 만하다. 더 페어는 매년 8월 말~9월 초 열리는 뉴욕의 종합 박람회 및 축제다. 8월28일 더 페어에서는 최초로 프라이드 데이(Pride day)라는 이름의 성소수자 관련 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과 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볼거리, 먹거리를 함께 즐겼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프라이드 데이 정보 박람회 각 부스에서 단체를 홍보했다. 단체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메일이나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했다. 부스에서 Cortland LGBT Resource Center의 홍보 활동을 하던 에단 르위스(Ethan Lewis)씨는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와 자원들이 이 센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 중”이라며 “이번이 첫 프라이드 데이인데 많은 사람이 부스를 찾아와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람회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PRIDE’나 ‘ALLY’라고 쓰인 무지개 바탕의 원형 스티커, 배지, 연필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소수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합창 세레모니와,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대열에 맞춰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스티커를 왼쪽 가슴팍, 양쪽 팔에 붙이고 축제를 즐겼다. 옷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레즈비언 커플 린 스프링거(Lin Springer)씨와 베스 에드워즈(Beth Edwards)씨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자긍심을 보여주고 싶다”며 “조금만 다를 뿐, 우리는 다른 이들과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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