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슬 큐레이터 인터뷰

▲ 출처=신보슬 큐레이터

   본교 철학과 학부생에서 홍익대 미학과 대학원생 그리고 미디어아트 전문 큐레이터가 되기까지. 신보슬(철학·95년졸) 큐레이터는 오직 큐레이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인생을 기획해왔다. 현재 그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미디어아트 전문 큐레이터로 국내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 예술가 부부인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와 리아 퍼잡스키(Lia Perjovschi)의 공동전시 ‘지식박물관, 의문과 논평’을 기획한 신 큐레이터를 서면으로 인터뷰 했다.

  신 큐레이터는 전시에서 배의 선장같은 역할이다. 작가와의 연락, 전시 기획부터 작품설명까지 전시의 모든 과정이 그의 손을 거친다. 그는 서울시 종로구 토탈미술관에 소속돼 소장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기관형 큐레이터’지만 개인적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른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켜 나가는 ‘전문 큐레이터’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직업인 큐레이터가 아티스트 다음으로 최고 멋진 직업이라고 말한다. “큐레이터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넓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직업이에요. 머리와 몸을 균형있게 쓰는 직업이자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죠.”

  신 큐레이터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어 미디어아트를 전문 분야로 선택했다. 그가 미디어아트에 대한 학부 졸업 논문을 쓸 때까지만 해도 미디어아트는 국내에 관련 논문도 거의 없었던 분야였다. 하지만 그는 그래서 더 끌렸다. “아무도 하지 않아 눈치 볼 사람도, 눈치 볼 일도 없어서 오히려 신이 났어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기술이나 기계들을 좋아한 것도 미디어아트를 선택한 것에 영향을 미쳤죠.”

  그는 미디어아트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깨어있게 하는 역할을 꼽는다. 그가 생각하는 미디어아트는 기술 기반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 작품을 모두 포함한다. “기술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들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작품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미디어아트에요. 미디어아트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 파묻히지 않고 깨어있을 수 있어요.”

  신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겉보기에 치중하는 일부 현대미술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형 전시처럼 많은 돈을 들여 구성은 멋지고 화려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불분명한 전시와는 다르다. “최근 현대미술은 작가의 생각보다는 화려한 형식에 치중하는 것 같아요. 이 전시는 그와 달리 댄 작가의 마카 4개와 리아 작가의 몇몇 물건들로만 구성된 소박한 전시지만 내용 면에서는 백과사전만큼의 밀도 가 있죠.”

  엽서컬렉션은 그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엽서컬렉션은 댄 작가가 1월부터 각국에서 토탈미술관에 보내온 엽서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엽서들의 모음이 아닌 전시가 작가와 미술관, 큐레이터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징성이 강한 작품의 경우 전시를 보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해요.”

  그의 꿈은 단순하다. 좋은 작가를 만나고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동안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옛날이야기처럼 해줄 수 있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저의 경험을 후배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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