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잡스키 부부의 전시 10월 25일까지 토탈미술관에서 열려

▲ WORLD의 O를 스마트폰 모양으로 바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댄 작가의 작품
▲ 지구를 테마로 한 리아 작가의 전시 공간
▲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건을 연표로 표현한 리아 작가의 작품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

   흰 벽 위에 검정색 마카로 휘갈겨 쓴 글씨와 그림들, 곳곳에 버려진 우산과 구조물, 벽에 붙은 신문들과 그 위의 낙서. 이곳은 쓰레기장이 아니다.
 
  언뜻 보면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은 8월28일~10월25일(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지식박물관, 의문과 논평’의 모습이다. 루마니아 출신 예술가 부부 리아 퍼잡스키(Lia Perjovschi)와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신보슬(철학·95년졸) 책임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댄 작가는 직관적인 드로잉을 선보인다. 그는 대중매체부터 정치·사회, 개인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받아 작품을 완성한다. 리아 작가는 댄 작가와 달리 개념과 조사에 기반을 둔 작품을 만든다. 지식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고 생각하는 리아 작가는 지구, 몸, 예술, 문화, 지식, 과학, 우주 7개 분야의 테마로 전시를 구성하고 이를 ‘지식박물관’이라 칭한다.

  흰 색의 전시장은 댄 작가가 그려낸 글씨와 그림, 그리고 리아 작가가 만들어낸 여러 오브제들로 조화를 이룬다. 이번 전시의 테마가 리아 작가와 댄 작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리아 작가가 지식박물관 중 한 주제에 대해 오브제를 설치하거나 자신이 그려놓았던 다이어그램이나 마인드맵, 물건 등을 나열해놓으면 댄 작가가 드로잉 형식으로 그 주제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개인적 경험부터 사회현실을 풍자하는 드로잉까지. 댄 작가는 미술관 곳곳에 드로잉으로 흔적을 남겼다. 특히, 기술 중심적인 사회가 되어가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드로잉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중, WORLD의 O를 네모난 스마트폰으로 바꿔 스마트폰 중심의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리아 작가의 작품 중 지구온난화를 의미하는 주황색 우산 안에 담긴 지구본이 눈에 띈다. 또한, 그는 서양의 미술사 중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건을 위주로 선정해서 연표를 재구성했다. 이처럼 리아 작가는 다양한 사물과 연표로 자신이 중요시하는 주제를 표현한다.

  리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지에 대한 정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관람객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리아 작가가 중요시하는 것은 그것들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에 대한 정답이 아닌, 그 물건을 바라봤을 때 드는 개인의 생각이다.

  토탈미술관 최단비 코디네이터는 “이번 전시는 답이 정해져 있는 명확한 전시는 아니지만 현대인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의미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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