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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가 된 국악소녀, '대기만성'을 꿈꾸다
2015년 09월 14일 (월) 김송이 기자 thddl7202@ewhain.net
   
 
  ▲ 본교 출신 1호 트로트가수 '아이큐' 송진우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바람 불면 날아갈 듯 휘청거린데도 그댈 사랑해요. 짱이야 짱이야 나에겐 당신이 짱이야 자기야 자기야 나에겐 당신이 최고야.”(아이큐 ‘짱이야’, 2015)

  국립국악고를 나와 본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한 국악 재원에서 트로트 가수가 된 이가 있다. ‘아이큐’라는 예명으로 데뷔한 본교 출신 ‘1호 트로트 가수’ 송진우(한국음악·01년졸)씨다. 그녀는 데뷔한 지 한 달을 갓 넘은 신인 가수다. 본지는 8일 ECC B216호에서 송 씨를 만나 그녀의 파란만장한 음악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국악을 전공하고 대중가수가 되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지만, 송씨는 처음부터 자신의 꿈은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수가 되기 위해 국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포부가 커서 세계적인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나아가 제가 그런 가수가 됐을 때를 상상해 봤죠. 그러다 문득 외국인들이 ‘한국음악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봤을 때 명확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국악을 하기로 하고, 국악고에 들어갔죠.”

  본교 재학시절 송씨는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음대생이었다. 그는 음악 동아리를 하고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 내내 국악만 하다 보니 다른 장르의 음악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입학 후 연합 음악 동아리 ‘우리’에 들어갔어요. 대학생 때부터 했던 라이브 카페 일은 졸업 후에도 계속했어요. 당시 라이브 카페는 음악하는 사람들의 연습장이었거든요."

  송 씨의 전공은 ‘정가(正歌)’다. 정가는 ‘아정(雅正·기품이 높고 바른)한 노래’라는 뜻으로, 정악(正樂·궁중음악) 가운데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 등 성악곡을 지칭한다. 정가는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곡을 노래할 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국악의 창법이 트로트와 유사해 모든 장르의 노래가 다 트로트처럼 들린 것이다.

  “트로트가 아닌 노래인데도 저절로 목소리가 꺾여서 어떤 노래든 제가 부르면 트로트가 됐어요. 어려서부터 국악을 배웠기 때문에 제 몸에 베여있던 거죠. 처음에는 ‘내가 트로트를 부르려고 국악을 배운 게 아닌데’ 하며 좌절했어요. 전공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죠.”

  송씨는 약 10년 동안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가수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그가 트로트 가수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록 음악이 좋아 사비로 록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하람 스토리’라는 퓨전 국악그룹을 만들고 싱글 앨범도 냈지만, 회사가 망해 두 번의 방송 출연이 활동 전부였다. 긴 공백 기간은 노래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잘 된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친구에게 돈을 빌려야 했을 만큼 경제적 어려움도 컸죠.”

  그러나 힘들었던 가수 준비 기간 동안 그가 항상 스스로 되새긴 말이 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인생은 마라톤이라 생각해요. 앞에서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저는 늦으면 늦을수록 큰 그릇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어요.”

  송씨를 가수의 길로 다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트로트’였다. 송씨는 우연히 5월 한 작곡가로부터 앨범의 타이틀 곡 ‘짱이야’를 받았다. 그리고 이 곡을 듣는 순간 ‘이 노래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짱이야’는 힘든 시대에 내가 ‘짱’이니 잘 할 수 있고, 곁에 있는 사람도 ‘짱이야’하고 서로 응원하는 곡이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트로트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일사천리로 송씨는 현재의 소속사에도 들어가게 됐다. 6월에는 녹음도 마쳤다. 두 달 만에 10년 넘게 기다리던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이 나이답지 않게 어떻게 이런 노래를 소화하느냐고 말하곤 해요. 한이 많은 것 같다고요. 긴 시간 실패도 겪고, 좌절도 하면서 고생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은 배가 고프거나 우여곡절을 겪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데뷔하고 그 말이 어떤 뜻인지 깨달았어요.”

  경험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을 이해해줄 수 있고, 이해해줄 수 있기에 그 마음을 노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송씨.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화인들에게 전했다.

  “이화인들이 현재의 전공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전공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거죠. 제가 트로트 가수가 된 것도 전공인 한국음악이 확장됐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예요.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옛날도, 또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어요. 여러분도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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