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 자기 삶을 위해 행복 DNA 찾아야

  수 일 전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대화의 초점은 살아가는 이야기였고, 특히 자녀들의 지금의 생활과 미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상들 하겠지만 다들 이구동성으로 지금 세대가 너무 불쌍하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힘든 세태속의 새로운 세대를 걱정하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그다지 많은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귀가하는 버스창가에서 물끄러미 밖을 쳐다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여러 단상 중 하나는 아마도 우리 젊은 세대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가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여러분 또래의 자식이 있고, 나의 학문적 탐구영역 중 하나는 ‘생애주기에 따른 행복추구’를 다루는 레저학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큰 이유는 아마도 힘차고 밝은 기운이 과거 선배들에는 미치지 못하는 요즘의 이화인을 자주 보게 되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보사의 기고요청에 수차례 응해 과거에도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썼고 당시 주된 내용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참으로 무책임했지 싶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선배들은 운이 따라서 인지는 몰라도 알아서들 자기 들의 인생을 잘 헤쳐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재미있는 삶을 준비하는 방식을 안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화에서 공부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다수가 우울증에 빠져 불행의 늪을 해맬 것 같아서입니다. 교양 수업시간 중 ‘앞으로 3개월 이내에 1)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것 2)가보고 싶은 곳 3)읽고 싶은 책 10개를 나열’해보라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이 반응과 제출한 내용을 봤던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시간을 주어도 이 질문에 답을 하는데 무척 고민하는 학우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응답한 내용은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것도 많았습니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원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답이었는데요, 원인은 아마도 영광스러운 미래를 꿈꾸며 지금의 행복과 재미를 포기하고 바쁘게 살아가기에 A4 반장 채우기도 힘든 것이지만, 아직 우리 이화인은 자기 삶을 재미와 충만으로 어울리게 할 수 있는 기본적 DNA는 갖고 있다고 결론을 맺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이야기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 경쟁과 성취의 사회적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열심히 겨울을 대비하는 개미처럼 지금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취업난에 ‘다포세대’의 위기감이 도는 요즘의 경우는 특히 그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졸업생 모두가 삼성, 현대맨이 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한 것이기에, 이제는 사고의 대전환을 학우는 물론 학교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먼저, 작은 것에 몰입할 수 있는 훈련을 지금부터라도 해야겠습니다. 범사에 몰입하고 그것에서 재미를 찾는 방식을 대학 재학시절에 익힌다면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만들 수 있는 기본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작은 일에 몰입하는 방법을 알고 거기서 오는 재미를 체득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재미거리를 찾고 이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레저 레퍼토리’를 젊어서부터 준비하는 것이 됩니다. 사회에 나가서 하면 되지 하고 또 유예의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우매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바로 지금 시작해야합니다. 지금도 늦었습니다. 나는 대학 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이화인은 또 다시 취업과 미래 진로를 위한 험로개척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고, 자신의 몸 안에 숨어있는 발전가능성의 DNA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교과목이 개설되어야 하고 우리 학생들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은 발전가능성과 행복달성의 자신의 DNA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죽도록 훈련하면 됩니다.

  아울러 작은 것에 감사하고 즐거움을 찾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미래설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취업지도교수로 학생지도를 해보면 우리 학생들의 꿈이 너무 원대하고 크기에 대기업으로의 취직이 아니면 말도 못 걸게 합니다. 샴승, 휸대면 어떱습니까? 즐겁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고 즐겁게 인생을 즐기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의 사다리’ 정점을 찍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못 올랐다고 해도 지금의 이 과정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뭐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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