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던 내 근황을 얘기하다보면 십중팔구 ‘휴학하고 뭐해?’라는 물음을 던져온다. 몇 차례 의미 없는 대답들을 하다 보니 내가 꼭 이 기간에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이상한 반항심이 들었다. 사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휴학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충실히 지키고자 배움의 속도를 늦추게 됐다.

  만년 새내기일 것 같은 마음과는 다르게 어느덧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왠지 허한 마음이 들어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됐는데,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주인이 내 스스로가 아닌 것 같은 불쾌감을 견딜 수 없었다. 다쳤는지도 몰라 무감각했던 생채기를 인지한 순간 저릿하게 아파오는 그런 기분 말이다. 나는 미적지근한 순간들에게 과감히 해방을 고하고자 휴학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나 자신은 누구인가’를 고민하다 나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개성을 배우며 자랐는데 이제는 개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온전히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혹자는 나를 현실감 없는 철부지라고 나무랄 수 있을 것이고, 그에게 나는 시간 낭비를 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닦아 놓은 삶의 지표들을 잣대 삼아 등 떠밀려 지내기보단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인생에서 처음 나의 의지로 맞아보는 이 자유의 시간을 조금 더 뜨겁게 보내는 것이 어떨까?

  조급해하지 말자. 나에게, 그리고 이곳에서 우연히 조우한 그대에게도 이 말을 전하며 마무리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