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고등학교 수학교사

 

  대학을 졸업하고 두 번의 실패 끝에 교사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교사생활은 중학교에서 5년, 고등학교에서 4년의 교직생활을 거쳐 올해로 10년차가 되었다. 하루 종일 학원과 독서실, 집을 오가며 노량진 학원가에서 치열하게 시험 준비를 하며 살았던 나는 교사가 되니 해맑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이 행복했고, 꿈을 이뤘다는 자부심으로 나의 직업에 만족도 높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교직 10년차가 된 지금.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학 수준별 수업의 기초반에 들어가는 날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소위 수포자라고 하는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는 반이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15명 밖에 되지 않지만 엎드려서 자는 학생, 화장실에 가겠다는 학생, 휴대폰을 들고 있는 학생, 떠들고 있는 학생, 돌아다니는 학생, 매점 음식을 먹고 있는 학생... 그 시간은 교사로서의 자괴감은 물론이고,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교육체제에 대한 원망까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수학 안 해도 대학갈 수 있어요.” “함수, 도형 안 배워도 사는데 문제 없어요.” “중학교 때부터 포기해서 지금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등등 이유도 많다. 새로운 수업 방법을 써보기도 하고, 벌점을 줘보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하다가 한 두달쯤 지나고 나면 교사인 나도 가르치기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때쯤 되면 시험을 보고, 다시 새롭게 분반이 되어 또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요즘은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게 되는 시대인 것 같다. 수포자, 삼포세대, 칠포세대라는 말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 되었고, 어느덧 나도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이 되어 있다. 포기라는 말 속에는 노력할 가치가 없다, 노력한다고 해도 결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자기합리화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너무나 영악해진 탓도 클 것이다. 미래를 스스로 판단하고 예측해 버리기 때문에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기초반 학생들에게 “졸업하면 뭐하고 싶니?” 하고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수업 중에는 내 눈치를 보며 떠들던 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음악치료사요” 라고 대답한다. “음악치료사는 뭐 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보니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연주를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타악기를 마음껏 두드려 보기도 하면서 마음을 치료해 주는 거예요.” 하고 대답한다. 대답하는 학생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수학 수업시간에는 보지 못했던 순수한 그 학생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도 교사가 행복한 것은 곳곳에 숨어있는 희망을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포기하며 잠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을 발견할 수 있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10년 전 나의 첫 제자였던 중학교 1학년 예쁜 여학생이 지금은 내 후배가 되어 이대학보 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행복해 할 수 있다. 오늘도 제자에게 묻는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니?” 그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 두근두근 기대가 된다. 청년실업과 경제문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두 번의 실패 끝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화인들도 현실 앞에 놓인 많은 포기의 순간, 실패의 순간에서 희망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