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보 논객이자 페미니즘 활동가로 알려진 한 칼럼니스트가 전 여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한 사실이 피해 여성 블로그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의 한 여성은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얼굴과 몸에 멍든 모습을 SNS에 올려 주목받기도 했다.

 데이트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이란 호감을 가지고 만나거나 사귀는 관계, 또는 과거에 만났던 적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언어적·성적·경제적 폭력을 말하며, 직·간접적인 폭력을 통해 상대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려는 행위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데이트 관계에서 살해당하거나 살인미수 피해를 받은 여성은 80명이다. 그중 20대는 15명으로 18.8%를 차지한다.

 

△신체적 폭력, 가치관 강요 등 ··· 이화인들도 데이트폭력 피해갈 수 없어

 본교생도 이러한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ㄱ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두 차례의 폭행을 당했다. 말다툼이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 6월 술에 취한 전 남자친구가 ㄱ씨의 팔을 비틀었다. ㄱ씨 학벌이 질투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그해 8월 헤어지는 과정에서 ㄱ씨의 손목을 꺾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ㄱ씨의 손목에 멍이 들었다. ㄱ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하자 폭력을 당했다”며 “금전적인 일로 협박을 당하기도 해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ㄴ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데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ㄴ씨에게 전 남자친구는 데이트 중에 “술을 왜 마시지 못하느냐”면서 ㄴ씨에게 술 마시기를 강요했다. ㄴ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종교적 가치관을 설명했지만, 요구는 계속됐다. ㄴ씨는 “남자친구와 관계 유지를 위해 술을 마지못해 마시기도 했다”며 “하지만 술을 마시고 나서 내 가치관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들도 데이트폭력을 겪고 있다. 동성 간에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 소수자 ㄷ씨는 2012년 1년 동안 교제한 전 연인에게 결별 과정에서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전 연인은 이별 통보를 납득하지 못하고 매달리는 ㄷ씨에게 30분 동안 지속해서 150대 정도 뺨을 때렸다. 폭행은 주위를 지나가는 행인의 만류로 중단될 수 있었다. ㄷ씨는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지인들은 동성 사이에 일어난 폭력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ㄷ씨는 “나 또한 1년 뒤 폭력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 일이 데이트 폭력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 경험 대학생 절반 이상 ··· 문제는 ‘권력관계’

 ‘대학생의 데이트폭력 가해 예측 요인’(강희순·이은숙, 2014)에 따르면 대학생 453명 중 데이트 시 한차례 이상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60.9%였고, 이중 심리적 폭력 피해는 53.0%, 신체적 폭력 피해는 38.2%, 성적 폭력 피해는 7.3%에 달했다. 

 전문가는 데이트 폭력 중 상당수가 연인 간의 권력관계에서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본교 양성평등센터 김진희 연구원은 “데이트폭력 등 성폭력이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의 형태로 대부분 나타나기 때문에 성차별적 섹슈얼리티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폭력 행사 형태가 상사-부하, 연장자-연소자, 선배-후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듯, 데이트폭력의 근본적 원인은 가해자와 피해자, 즉 연인 간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라고 말했다.

 ㄷ씨의 사례처럼 데이트 폭력은 동성 간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심지어 이성애자 여성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녀 성별 간 위계가 아닌 연인 간의 정서적, 경제적 위계가 폭력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폭력은 사생활 아닌 사회적 문제, 피해 시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전문가들은 연인 간 폭력은 사생활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관계 중단 과정에 대한 연구’(이화영, 2014) 논문에서는 데이트폭력이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행위가 아닌 관계와 연속 선상에 있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개인적이거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관계중단을 위해서는 지지체계, 특히 공적체계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먼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폭력의 가해자에게 단호하게 행위의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 폭력이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피해 사실을 가족, 친구, 교수님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며 “본교 양성평등센터에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이 신체적 폭력이라고만 인지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데이트폭력은 신체적·물리적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언어폭력, 스토킹, 정신적 폭력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해당 문제에 전문적인 기관의 정보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해자는 여성긴급전화(1366),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5801~1), 한국여성의전화(02-2263-6465) 등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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