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대학원 최조 장애인 졸업생 한경숙 소장 인터뷰>

▲ 장애인 최초로 본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은 한경숙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8월28일 2014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한경숙씨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소장, 경기도 장애인차별 철폐 연대 대표위원, 수원시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본교 사회복지대학원 동창회장.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은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한경숙(사회복지 석사·15년졸) 소장이다. 그는 지체장애 1급 중에서도 최중증 장애인에 속함에도 8월28일 장애인 최초로 본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애를 딛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한 소장을 2일 수원중증장애인독립센터에서 만났다.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처음 자신의 상태를 ‘멘붕’(멘탈붕괴의 약자, 사람의 상태나 감정이 평소 같지 않은 경우) 그 자체로 표현했다. 하지만 희망까지 잃으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처음에 움직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을 때 좌절하기도 했지만, 금방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정신적인 장애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재활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는 2010년 수원시 달팽이 장애인 야학에서 교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부를 하기 위해 경기도 광명시에서 수원시까지 빠짐없이 수업에 나오는 수제자를 지도했던 것이 한 소장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장애인을 지도하면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생겼죠.”

 이후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조차 없었던 장애인들에게 교육봉사를 했다. 교육뿐만 아니라 장애인 권익옹호, 인식개선, 주거개선사업, 활동보조서비스사업 등 장애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2012년에는 수원시 최중증장애인의 1일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조례를 수원시에 제안해 통과됐다. 또, 재작년에는 장애인 이동특별교통수단의 대중교통요금 도입을 제안해 특별교통수단 48대와 장애인 택시 50대가 대중교통 요금으로 운행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7월 그는 수원시 여성상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교육에 힘쓰던 한 소장은 2012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수원중증장애인독립센터 소장으로 부임했다. 장애인 인식개선부터 권익보호까지 소장이 해결해야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소장으로서 대내·외적 일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전문 지식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에 한 소장은 사회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했다. 이론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정책을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갖기 이전에도 이화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어요. 다시 이화로 돌아와 대학원 면접을 볼 때 저를 배려하는 교수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죠. 또, 수업을 들었던 이화·포스코관이 이동에 불편함이 없어 장애를 가진 저에게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죠.”

 최중증 장애인인 한 소장에게 학교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통학해야 했으며, 소변처리, 욕창 등의 문제로 오래 앉아 공부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어 필기나 노트북 타자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필기를 하기 위해 손에 보조 기구를 감아 펜으로 노트북 자판을 눌러가며 강의를 들었죠.”

 한 소장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교수, 동기, 가족들의 격려와 도움, 새로운 학문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그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였다. “이화에서 공부하는 동안 많은 동기와 교수님의 도움이 있었죠.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 전에 저를 업어서 차를 태워주고, 내려준 동기도 있었어요. 또, 정익중 교수님은 제 장애인 전용 책상 높이가 맞지 않는 것을 보시고는 직접 쉬는 시간에 책상을 엎어 땀 흘리며 높이를 조절해 주셨어요. 한마음으로 절 도와주시는 모든 분 덕분에 이화에서의 생활이 편할 수 있었죠.”

 그는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도 학교생활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학습보조, 시험 보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죠. 뿐만 아니라 소변처리를 위해 장애인 화장실에서 자연배뇨가 불가능한 경우에 방광 내용물을 비우는 넬라톤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줬어요.”

 한 소장은 본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에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은 스스로 개선해 나가야 해요.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주도하기도 해야 하죠. 도움받는 것을 감사해 하되 미안해하지 말고,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세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 소장은 이화에서 배운 사회복지학을 바탕으로 현재 장애인 관련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가지고 생활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선택권과 결정권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의무예요. 국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인권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죠. 저는 앞으로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활동할 거예요.”

 공부가 정말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그녀는 또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도전을 즐기면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한 것이 아니에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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