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사회적 합의 있을 때 몰카 범죄 근절 가능해

 ‘미스터 K’(범인이 사용한 가명)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한 여성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국내 워터파크를 돌며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자신에게 넘기라는 것. 여성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곧 여성들의 나체가 담긴 185분짜리 몰카(몰래카메라)는 미스터 K에게 전달됐다.

 서울시 관악구의 한 원룸 집주인 아들 A씨. 그는 마스터키를 이용해 원룸에 사는 한 여대생의 방문을 열었다. 그러고선 USB가 달린 소형카메라를 그녀의 책상 아래 설치하고 유유히 방을 빠져나왔다.

 경찰에 체포된 미스터 K와 A씨의 범행 동기는 간단했다. 단지 여성들이, 그녀들의 생활이 궁금했단다. 미스터 K의 대리인 노릇을 했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쉽게 벌 수 있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몰카가 기승이다. 공공장소부터 원룸과 같은 사적인 공간까지. 도대체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지난 1일에는 철도역·지하철 등을 돌며 여성 약 3000명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남성 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몰카만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최첨단 시대다.   

 문제는 몰카 범인들의 범행 동기가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호기심과 한 순간의 물욕(物慾)이 몰카 속 당사자의 인권을 순식간에 유린한다. 호기심과 피해자 인권을 너무나도 쉽게 맞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피해자 영상을 공유하고 가십거리로 전락시킨다.

 또 다른 문제는 범죄 의식의 부재다. 몰카 범인들은 하나 같이 몰카가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 줄 몰랐다고 토로한다. 문제의식이 무뎌진 이들에게 폭력이란 물리적 폭력에 국한하는 듯하다. 범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물리적 폭력보다 무서운 것은 피해자, 나아가 그들의 주변인에게까지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교묘하고 악랄한 정신적 폭력이라는 것을. 그 중 몰카는 인간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가장 무서운 폭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본교도 몰카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본지 1441호(2012년 12월3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2년 본교 수영장에 등록한 한 남성은 2개월 간 수영장 창문, 환풍기 통로를 통해 몰래 수영장 이용객의 나체를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컴퓨터에서는 176장의 여성 나체 사진이 발견됐다.

 이처럼 몰카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집에는 몇 시에 돌아가는지가 또 다른 미스터 K의 렌즈를 통해 기록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는 사회적으로 강경한 합의책이 마련돼야 근절할 수 있다. 강력한 형사처벌 뿐 아니라 몰카 판매 사이트 집중 단속, 범인 신상공개 등이 선행돼야한다. 포털사이트는 자체적으로 몰카 사진·영상 등의 불법 유출을 점검하고 의심사이트를 차단해야 한다. 포털 이용자 또한 해당 컨텐츠 유포를 자제하고, 의심 사이트가 발견되면 자발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제2, 제3의 미스터 K가 더 이상 호기심을 잘못된 방법으로 풀지 않길 바란다. 관심이라는 이유로 카메라 뒤에 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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