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운영보다 학문적 가치 중시해야

 8월24일, 중앙도서관 지하 1층에는 논란의 공지사항 하나가 붙었다. 공지의 요지는 앞으로 중앙도서관 자유열람실을 24:00~05:00의 심야 시간에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순식간에 학생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찬반논쟁에 부쳐졌지만 여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학교는 이에 대해 다시 장문의 설명의 공지를 덧붙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의 이유에 대한 학교의 답변은 “그동안의 이용 통계를 바탕으로 심야시간대 이용자가 매우 적은 시험기간 이외에 대한 효율적인 도서관 운영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입장에는 다음과 같은 오류가 있다.

 첫 번째, ‘시험기간’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일방적인 결정으로 ‘교양 시험기간’이 폐지된 상황인데다가, 각 단과대마다 시험기간은 제각각인지라 어느 때쯤 시험을 많이 본다는 것은 있어도 명확한 시험기간은 없다. 실제로 한 학기에 3회의 시험을 보는 수업이 많고, 이는 보편적인 중간, 기말고사와 그 기간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 시험이나,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심야 공부를 원할 수 있는데 이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이다.

 두 번째, 이용 통계에서 ‘이용자가 매우 적은’ 기간에는 개방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소수의 입장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학교 측에서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이용할 때만 심야 개방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소수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나 많은 수의 학생의 의견에 따르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으나 그것이 결코 ‘올바른’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심야시간을 이용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인 중앙도서관조차 학습공간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않는다면, 소수의 학생들은 말 그대로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자유열람실 심야개방 중단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PC실, 라운지, 노트북실 대체 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열람실과 PC실, 라운지, 노트북실은 기본적으로 공간의 목적이 다른 공간이다. 물론 현재 라운지가 자습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기는 하나 라운지는 휴식과 공부를 함께 하는 개념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PC실과 노트북실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이용하는 공간이므로 소음 등으로 자습에 적절하지 않다. 책을 읽고 필기를 하는 ‘자습’을 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에 온 학생들에게 PC실, 라운지, 노트북실에서 공부하라는 것은 공간의 용도를 고려하지 못한 대안이다.

 이 사회에는 효율성으로만 판단될 수 없는 ‘가치’들이 존재한다. 1000명이 사는 한 마을에 장애인이 1명 있더라도, 그 마을의 편의시설과 교통수단에는 장애인시설이 구비돼야 한다. 이에 대해 그 사람에게 “그게 더 효율적이니 다른 걸 이용해라”라거나 “집에 있으라”는 것은 폭력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의 모든 일들이 원칙대로 선한 목적에 따라서만 선택되지는 못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대학교에는 자본주의적 ‘효율성’보다는 학생이 밤새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가치’가 더 우선이 됐으면 한다. 이화는 지금까지 그러한 대학으로서의 가치를 좇아왔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러운 ‘이화인’이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