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교양과목 시험 기간이 지정되지 않고, 교수 재량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학교 측은 전공 교과목의 수업일수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교무처 교무팀은 7월29일 본교 홈페이지(ewha.ac.kr) 공지사항에 교양과목 중간·기말 시험 기간 지정이 해제된다고 공지했다. 이전에는 200명 이상의 수강생이 있는 대형 교양과목과 ‘우리말과 글쓰기’ 등 기초교양과목은 시험 날짜, 시간, 장소 등을 교무팀에서 지정하고, 그외 대부분의 교양과목 시험도 지정된 시험기간 3일 동안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 교무팀은 교양과목의 시험 기간 및 장소를 지정하지 않는다. 시험 기간은 강의 8주차, 16주차를 기본으로 하되 교수 재량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교무팀 정경희 팀장은 교양과목 시험 기간을 지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에서 지적해왔던 법정 수업일수 준수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양과목 시험 기간에 전공 교과목 수업 진행이 어려워 전공 학사 일정이 지체됐고,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종강이 늦어지거나 보충수업을 해야 됐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별도의 교양과목 시험 기간 지정 없이 학사일정을 운영하면 해당 기간에도 전공 수업이나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수업일수를 맞추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 교무팀의 설명이다.

  학교의 공지에 학생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원진(경영·14)씨는 “전공시험과 교양시험이 겹치면 시험이 부담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교양과목 시험기간이 왜 없어졌는지 이유를 알아야 이해할 텐데 공지에 다른 설명도 없어서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스크랜튼대학(스크랜튼대) 학생회는 18일~24일 학생회 페이스북(facebook.com/EwhaDIS)을 통해 스크랜튼대 학생 190명을 대상으로 교양과목 시험 기간 지정 해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95.0%(180명)의 학생이 교양과목 시험 기간 지정해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스크랜튼대 최원정 공동 학생대표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시험 관련 제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통보하는 학교의 태도가 불만스럽다”며 “학생들의 의견은 파악조차 하지 않는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1시30분 진관 세미나실에서 석인선 학생처장 등 학생처 관계자 5명, 7명의 학생대표, 손솔 총학생회장과 김세영 부총학생회장이 참석해 진행된 ‘학생대표자-학교 협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스크랜튼대 최 공동 학생대표는 “갑작스러운 교양과목 시험 기간 제도 폐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 직전에 일방적으로 공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학생지원팀 심세성 팀장은 “그동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치가 없었다기보다는 학생들이 기대하는 방법과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서 ‘기독교와 세계’, ‘대학영어’ 등과 같이 분반이 많은 기초교양 과목의 부정행위 문제도 제기됐다. 모든 분반의 수업 및 시험 내용이 같다 보니 시험 시간이 달라지면 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본지가 직접 교무팀 정 팀장에 문의한 결과 “아직 기초교양과목 시험 기간에 대해 명확한 방안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학생대표자들은 ‘정책 예고제’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정책 예고제는 학칙에 따른 학사·장학 제도 변경에 대해 최소 3개월 전에 학생들에게 예고하는 제도”라며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제도로써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심 팀장은 “정책 예고제에 대한 내용을 협의회에서 받은 만큼 총학생회와 세부적인 내용을 묻고 답하며 논의를 진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과학대학 ㄱ 교수는 “사실 수업 운영은 교수 재량이기 때문에 수업 계획 일정이나 시험 기간 조정에 불편은 없지만, 충분한 설명이 없는 학교의 일방적 통보는 불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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