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강요받는 20대, 동정 아닌 이해 필요해

  대학을 다니면서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인사치레처럼 나의 연애사를 물어왔다. n년 동안 ‘없다’는 답을 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되물었다. “왜 없어요?”

  흔히 요즘의 20대를 ‘3포 세대’라고 부른다. 취업, 육아 비용 부담 등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그 세 가지에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함해 ‘5포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3포 세대든 5포 세대든, 이런 말을 만들어낸 기성세대의 눈에는 우리가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 때문인지, 그 기성세대가 써낸 자기계발서에는 요즘 ‘연애’에 대한 목차가 하나 추가됐다. 20대의 젊은 시절에 뜨겁게 연애하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라는 것. 아예 연애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책도 꾸준히 나온다. 좋은 남자를 찾는 방법,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방법 등 자칭 연애 고수들이 청년들에게 전하는 일명 ‘여우짓 TIP?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시선들이 어딘가 불편하다. ‘반드시 연애를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 마치 ‘아프니까’ 청춘이었던 것처럼 ‘사랑해야’ 청춘이라는 것만 같다. 방법론까지 내세우며 ‘연애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다들 이렇게 우리 세대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았구나 싶다가도, 이 쯤 되니 묘한 반항심도 든다. 충고를 가장한 강요에 삐딱한 시선으로 묻고 싶어진다. “왜 연애를 꼭 해야 돼요?”

  ‘N포 세대’들이 아마 다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 바빴고, 돈도 별로 없었고, 취업 준비에 온갖 스펙에 내 할 일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없는 것은 비단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남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돈을 쓰는 시간에 나를 위해 조금 더 투자하고 싶었다. 누구 말마따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대에, 스스로가 행복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필자는 연애를 하는 대신 해보고 싶은 일에 몰두했다. 데이트 대신 여행을 했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여대’라는 연애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대신, 미래와 진로에 더 도움이 되는 활동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눈살을 찌푸렸던 ‘여우짓 TIP’을 이용해먹을 날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나도 기성세대 언저리에 갔을 때쯤에는 그 창창한 시절에 연애를 안 한 것이 후회가 되는 날도 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의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름대로의 삶을 산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 뜨거운 연애를 하는 것도, 독신으로 사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일 뿐이다. 그러니 ‘3포 세대’, ‘5포 세대’, 심지어는 ‘7포 세대’에 담긴, ‘연애 안하는 젊은이’를 향한 그 동정 어린 시선은 조금 거두어주길 바란다. 현재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20대를 ‘무언가 포기하고 사는 사람’으로만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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