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모바일 IO 스튜디오 기획팀 전임 류호정

  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대학에 와서도 게임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인턴을 하게 되어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현재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된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 경제적 조건 등 경우에 따라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덕업일치’를 고민할 때 고려할만한 사항들을 말해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하고 싶은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 중에는 절대로 나에게 좋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 어떤 물건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팀에 입사하여 빈번하게 사교성을 발휘해야만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일을 매일 해야만 하고, 심지어 ‘잘’ 해야만 한다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이다. 취미로 즐길 때와는 달리, 의무라는 것이 생긴다. 당장 나의 경우만 해도, 내 취향과 관계없이 매번 새로 발표되는 게임을 플레이 해야만 한다. 일종의 게임 트렌드 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특정 장르만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 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강제로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나는 자신의 성격이나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게임 업계에 들어왔다가 게임마저 싫어하게 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일을 줄이고자 한다면 기회가 생겼을 때 꼭 인턴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찍 돌아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만약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을 때 따라오는 다른 부분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취미로만 즐기는 것이 행복할 지도 모른다.

  한편 조금 다르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한 ‘과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자. 배우 김부선 씨는 모 TV프로그램에서 배우 지망생들을 향해 ‘나는 얼마든지 춥고 배고파도 좋다. 나는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다. 난 굶어도 좋다. 라는 각오가 있으면 배우를 준비하고, 그렇지 않다면 돌아서세요.’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꿈을 향한 길이 가난하고 힘들어야만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과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전히 하고 싶을 때, 그것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일이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그것이 되기 위해 겪어야 일들을 참을 수 없다면, 그건 사실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개인적 사유가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부분은 여기서 짚지 않겠다.

  끝으로 연애를 취미, 결혼을 직업이라고 생각해보자.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장점이 먼저 보였을 것이고, 그것에 빠져들어 만남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할 때 어른들은 배우자의 장점이 아닌 단점을 생각해보고 그것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하라고 말한다. 직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직업의 단점을 감수 할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그 일을 평생 좋아할 수 있는지, 일시적인 끌림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리고 당신이 ‘여전히 그 일을 사랑한다면’, 어느 순간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질 테니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