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조사 결과 공대 부·복수전공자 5년새 2배 증가 ··· 타대도 증가 추세 보여

  이수민(불문·13)씨는 이번 학기 공과대학(공대) 컴퓨터공학과 부전공을 신청했다. 본교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는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SCSC(Samsung Convergence Software Course) 프로그램 이수를 위해서다. 하지만 어문학을 전공하는 이씨가 이공계열 학생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이공계열 학생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내용도 이씨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기 위해 방학을 이용해 학원이나 계절학기로 보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를 중심으로, 본교 공대 부·복수전공생이 늘고 있다. 이는 최근 공학계열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에게도 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공대 소속 학과를 부·복수전공으로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의 주전공은 이공계열부터 인문계열, 그리고 예술계열까지 다양하다.

  본지 조사 결과, 공대 부·복수전공생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증가했다. 공대 행정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공대 소속 학과를 부·복수전공으로 신청해 승인받은 인원은 2010년 39명에서 작년 79명으로 늘었다. 특히, 컴퓨터공학과 부전공자는 2010년 4명에서 작년 37명으로 약 9배 증가했다.

  공대 부·복수전공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취업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업을 위해 남들과 다른 스펙을 갖추려는 학생들의 노력 때문이다. 또한, SCSC 프로그램 등 학교와 기업이 손잡고 공대 비전공자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해, 이수 시 취업에 혜택을 주는 것도 공대 부·복수전공을 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대 부·복수전공자 중에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려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는 학생도 있다. 여주은(철학·14)씨는 변호사라는 꿈을 위해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여씨는 “의학 전문 변호사, 경영 전문 변호사처럼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기업에 컴퓨터공학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가 있으면 취업에 유용할 것으로 생각해 복수 전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는 김혜준(산디·13)씨는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을 컴퓨터로 하는 산업디자이너에게도 전문적인 컴퓨터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작년 2학기부터 본교와 삼성전자가 협력해 SCSC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공대 부·복수전공자 증가에 한몫했다고 파악된다. SCSC 프로그램은 컴퓨터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이 소프트웨어 관련 기초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SCSC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학생은 반드시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해야 한다. 공대 채기준 학장은 “5월 초 SCSC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 중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생이 있을 만큼 컴퓨터공학에 대한 비전공자의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SCSC 프로그램을 이수 중인 이수민(수학·12)씨는 “다른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서 굳이 부전공할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SCSC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취업 시 각종 혜택이 주어지다보니 컴퓨터공학을 부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대 부·복수전공자 증가 현상은 타대에서도 나타났다. 본지 조사 결과, 공대 소속 학과를 부·복수전공으로 승인된 서울대 학생 수는 2010년 27명에서 작년 113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이번 학기에 공대 부·복수전공을 시작한 서울대 학생은 123명으로 작년 1, 2학기를 합친 수보다 더 많다. 성균관대 역시 공대를 복수전공으로 승인받은 학생이 2012년 60명에서 작년 141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성균관대는 부전공 제도가 없다.

  인문계열, 예술계열이 주전공인 부·복수전공자들은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씨는 “고등학교 이과 교과과정에 있는 수학, 과학을 배우지 않아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며 “모르는 것이 생기면 교수님 연구실에 찾아가는 등 부족한 공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학년부터 전공과목을 듣는 공대생과는 달리 복수전공생은 보통 2학년부터 공대 전공과목을 듣기 시작한다”며 “공대는 매 학기 들어야 할 과목이 정해져 있는데, 전 학기에 못 들은 과목이 있으면 다음 학기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 지식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인문계열 및 예술계열 전공자의 취업 문이 소프트웨어 직군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전공자들의 공대 부·복수전공은 계속되고 있다. SCSC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컴퓨터공학과 전공 사무실 관계자는 “산업 구조가 소프트웨어 능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에서는 채용 방식을 바꾸며 공학 지식을 갖춘 인력을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 11월 삼성그룹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부터 연구개발, 기술,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 위주로 평가해 선발한다. SSAT 등 과거 시험 위주의 획일적인 채용방식에서 벗어난 시도다.

  학계 전문가는 공대 부·복수전공자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취업난과 학문 간 통섭현상을 원인으로 꼽았다. 교육사회학을 전공하는 김안나 교수(교육학과)는 “공학계열 전공자가 비전공자보다 취업 시 용이한 현실이 우선으로 작용했겠지만, 전공을 넘나드는 공부가 필요해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우식 교수(사회학과·대학원 행동사회경제학 협동과정)는 학생들이 부·복수전공을 통해 단일 전공으로 얻을 수 없는 융·복합적 시각을 갖게 된다면 취업준비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식 교수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이제는 사람들의 생활에 점점 밀착되면서 인문계열, 예술계열 전공자도 공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거나 경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비공학전공자가 공학을 공부한다면 융·복합적 능력을 토대로 여러 분야에서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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