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공용 컴퓨터 키보드 오염 정도가 화장실 변기의 오염 정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지가 5월26일~5월29일 오염도를 측정하는 ATP측정기로 교내 공용 컴퓨터 키보드 표면의 오염 정도를 측정해 얻은 결과다.

  본지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교내 시설 중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컴퓨터 실습실 5곳의 컴퓨터 중 1대를 무작위로 선정해 키보드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ECC 컴퓨터 실습실 ▲학관 컴퓨터 실습실 ▲이화?포스코관(포관) 컴퓨터 실습실 ▲중앙도서관(중도) PC실 ▲중도 3층 자료실로, 키보드 표면 오염도를 ATP측정기로 측정했다. ATP 수치를 측정하는 단위는 RLU(Relative Light Unit)로 ATP가 시약과 반응해 내는 빛의 양을 수치화시킨 것이다. ATP 수치가 높다는 것은 미생물의 숫자가 그만큼 많거나 세균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다. 즉, ATP 수치가 높을수록 청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컴퓨터실의 컴퓨터 키보드 표면은 최소 1051RLU부터 최대 3470RLU의 수치를 보여 상당히 높은 오염 수치를 보여줬다. 이는 표면오염도기준치인 400RLU보다 약 2.6~8.7배 많은 수치다. 학관 401호 컴퓨터 실습실 맨 뒤에서 두 번째 창가 자리의 컴퓨터 키보드가 3470RLU로 가장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ECC B204호 컴퓨터 실습실 44번 자리의 컴퓨터 키보드 표면은 1422RLU, 포관 B154호 컴퓨터 실습실 2번 자리의 컴퓨터 키보드 표면은 1051RLU, 중도 PC실 99번 자리의 컴퓨터 키보드 표면은 2300RLU, 중도 3층 자료실 서가부재도서신청 자리의 컴퓨터 키보드 표면은 2878RLU로 나타났다.

  이는 본지가 ▲ECC 지하3층 자유열람실 앞 화장실(233RLU) ▲포관 지하1층 화장실(1312RLU)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 화장실(3628RLU) ▲학관 1층 화장실(318RLU) 좌변기 하나의 표면을 측정한 값의 평균(약 1372.8RLU)과 유사하거나 약 2.5배 더 오염된 수치다. 본지는 각 화장실에서 좌변기 하나를 임의로 선정한 후 표면을 스왑 봉으로 문질러 수치를 측정했다. 학관 컴퓨터 실습실의 키보드가 학내 화장실의 좌변기보다 2.5배 더러운 셈이다.

  학생들은 이 같은 컴퓨터 키보드 위생 실태와 관리 현황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현화(생명·12)씨는 “평소 학교 컴퓨터실을 사용하다보면 학문관이나 포관으로 갈수록 키보드가 많이 더러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키보드 사용 후에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간다”고 말했다. 김은비(경영·13)씨는 “학생들 복지를 위해 구비해 놓은 컴퓨터임에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너무 더러워서 쓰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지영(국문·13)씨는 “며칠 전에도 학문관 컴퓨터실을 사용했는데 키보드에 먼지도 있고 끈적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도를 제외하고 교내 개방 컴퓨터 실습실을 모두 관리하는 정보통신처는 공용 컴퓨터의 키보드까지 청소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처 관계자는 “개방실습실의 경우 컴퓨터 책상은 청소하지만 키보드 청소까지는 힘든 편”이라며 “하지만 2년 주기로 개방실습실 PC의 키보드를 교체하고 있으며 키보드 키스킨은 1년 주기로 교체한다”고 말했다.

  중도는 인력, 키스킨 관리 등의 문제로 키보드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도 관계자는 “PC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아침에 청소하지만 인력이 감축돼 토요일에만 닦아 다 닦는 데 한 달이 걸린다”며 “중도 3~5층 자료실은 2~3주에 한 번씩 마른걸레로 걸레질을 하고 물티슈로 닦는다”고 말했다. 이어 키스킨 관리 문제도 언급했다. 중도 관계자는 “3분의 1 정도의 컴퓨터에 키스킨이 깔려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열흘이 채 가지 않아 찢어진다”며 “키스킨을 싫어해 키스킨을 벗긴 채 키보드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키보드 위생 상태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진영 교수(감염내과)는 “피부상재균, 황색 포도알균 등 다양한 균들의 한 사람의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퍼질 수 있다”며 “이는 피부를 통해 감염을 일으키거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면역이 약화돼있는 경우 더 중증의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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