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비전공 교수들의 숨겨진 재능, 사진·그림으로 담은 '그리기의 즐거움'
미술 비전공 교수들의 숨겨진 재능, 사진·그림으로 담은 '그리기의 즐거움'
  • 김화영 기자
  • 승인 2015.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물감을 두껍게 올리고, 뭉툭한 붓 터치의 느낌을 살려 빽빽이 나열된 체코 프라하의 풍경을 담은 작품, 이종목 교수
▲ 눈 쌓인 한라산의 하얀 분화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표현한 유화 작품, 송영빈 교수
▲ 여백의 미와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정적인 오두막집의 전경을 그린 작품, 이해영 교수
▲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본교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 작품, 황규호 교수 김가연 기자 ihappyplus@

  체코 프라하를 그린 유화부터 무지개 뜬 ECC 사진까지. 본교 미관 식당에서 12일(금)까지 미술 비전공 교수의 ‘그리기의 즐거움’ 전시가 진행된다. 5월4일부터 열린 이번 전시는 우순옥 교수(서양화과)가 기획했으며 김영훈 교수(한국학과), 송영빈 교수(일본언어문화연계전공), 신동완 교수(통계학과), 이재경 교수(여성학과), 이종목 교수(화학·나노과학과), 이해영 교수(한국학과),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 황규호 교수(교육학과)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교수는 모두 미술 ‘비(非)전공 교수’라는 점이 특징이다. 우 교수는 이들이 평소 취미로 그린 그림 및 직접 찍은 사진 21점을 미관 식당에 전시했다. 우 교수는 “전시를 위한 작품이 아닌, 비전공자들의 일상 속 작품이라 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 의의를 밝혔다.

  미관 식당 오른편에는 이종목 교수의 체코 프라하, 미국 산타바바라 풍경화가 전시돼 있다. 복잡한 건물들이 빽빽하게 나열된 프라하 풍경화는 물감을 두껍게 올리고, 뭉뚝한 붓 터치의 느낌을 살려 건물의 형태를 표현했다. 세밀한 붓 터치가 아님에도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점이 특징이다. 이종목 교수의 작품은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이미지나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이 교수는 “색을 쓸 때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상상하는 색을 쓴다”며 “유화에서 물감의 두께를 얼마나 얇고 두껍게 발라야 하는지의 정도를 손에 익히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푸른빛이 도는 장한업 교수의 유화 풍경화도 눈에 띈다. 그는 미국 산타바바라의 항구와 바다 전경을 작품에 녹였다. 그의 작품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담았다는 점과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붓 터치로 풍경을 그려내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렸다는 점이 독특하다.

  보다 생동감 있는 이미지의 유화 작품도 있다. 송영빈 교수는 눈 쌓인 한라산의 하얀 분화구, 이끼로 가득한 초록 분화구 등 한라산 정상의 모습을 유화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여기에는 평소 한라산을 자주 등반하는 송영빈 교수의 경험이 담겨있다. 송영빈 교수는 “평소 한라산을 자주 오르며 느낀 감정을 이번 그림에 담았다”며 “위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듯이 구도를 잡아 표현했는데, 관객들에게 공중사진처럼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작품도 있었다. 오두막집 전경을 그린 이해영 교수의 풍경화는 사방이 비어있어 관람객이 그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파스텔 톤의 색감 또한 정적인 풍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준다.

  꽃을 주제로 한 이재경 교수의 민화 작품은 전시장 왼편에 전시돼있다. 이재경 교수의 작품은 하양, 분홍, 다홍색의 꽃을 낮은 채도로 그려내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을 풍긴다. 그림 속 꽃들은 전통가구에 새겨진 반복적인 꽃 문양을 연상케 했다.

  그림과 사진을 함께 전시한 교수도 있다. 김영훈 교수는 손바닥 만한 캔버스에 물감으로 두껍게 물에 담긴 물고기를 표현했다. 새파란 물 색과 따뜻한 다홍색의 물고기가 합쳐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액자와 캔버스 사이의 간격을 넓게 해 마치 물고기가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과 함께 전시된 그의 또 다른 작품은 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하나의 액자 안에 4개의 캔버스를 넣고 캔버스 위에 그림 대신 나무 등 자연 사진을 붙이는 독특한 구성을 보인다.

  이화를 담은 사진작품도 있다. 황규호 교수는 본교의 사계절을 사진에 담았다. 정문에 벚꽃이 만개한 사진, 교내 곳곳의 파릇파릇한 나무들이 무성한 사진, 단풍이 붉게 물든 사진, ECC에 눈이 덮인 겨울 사진 4점으로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의 학교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신동완 교수의 작품도 본교 전경을 잘 포착했다. 그의 작품에는 ECC 위에 무지개가 떠있는 순간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 황규호 교수는 “처음에 미술이라고 해서 그림만 전시하는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도 함께 전시해 다양한 숨은 재주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며 “평소에 찍어 놓은 사진들이 있어 멋진 풍경들을 남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