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다이어트보다 건강을 유지하며 체중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물었다. 돈을 주로 어디에 쓰냐고. 그 질문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돈을 식비에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는 즐거움 중 하나인 식도락을 제법 만끽하여서 봄이면 도다리쑥국, 여름이면 삼계탕과 민어, 겨울이면 방어  등등 계절 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고 요리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무리 맛있어도 같은 음식을 두 끼 연달아 먹기는 싫어하고, 반찬타령도 심히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음식을 즐기다 보니까 반갑지 않은 손님 ‘고지혈증과 당뇨’가 찾아왔다. 담당 의사선생은 당뇨약 복용하기 전에 먼저 체중을 5~10% 감소시켜 보라고 한다. 20대 이후 아주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늘기만 했지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어서 옷 사이즈는 두 번 바뀌고 반지는 하나도 맞지 않게 된 나의 체중을 무슨 수로 줄일 수 있을지 난감했다. 그러나 당뇨가 보통 무서운 병인가? 나이 더 들어 당뇨부작용 등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잘 다스려야 하고 체중을 줄여야만 했다.

  배고프면 못 참는지라 먼저 음식량보다 음식의 종류를 바꿨다. 탄수화물을 확 줄이고 채소를 늘였다. 아침 식사는 당근, 브로커리, 단호박, 토마토, 상추, 머스터드그린 등을 한 접시 가득 먹는 것으로 했다. 신기하게도 채소는 생각보다 맛이 좋았고 배도 불렀다. 계속 먹어도 별로 싫증나지 않았고, 신선한 야채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짜고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입맛으로 서서히 바뀌어 갔다. 물론 갓 구운 빵의 냄새, 그 행복감을 잊을 수 없어 빵도 한 조각씩 곁들였다. 점심은 주로 학교 식당에서 한식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가끔 음식점, 특히 뷔페에 가면 정말 조심하지만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치즈케이크, 초콜릿 파이 등이 유혹을 하고, 의지가 약한 나는 항상 그 유혹에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던 아주 조금만 먹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간식은 대략 포기하고 우유, 과일, 고구마 등으로 했다. 음식 조절과 함께 중요한 것이 운동이었다. 헬스장으로 퇴근해 1시간 정도 운동했다. 무슨 운동이든 즐거워야만 꾸준히 할 수 있는데, 런닝머신 30분과 스트레칭 30분이 나한테는 잘 맞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운동하고 나면 피곤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가뿐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이렇게 몇 달 동안 음식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니까 체중도 빠지고 혈당 수치도 내려갔다. 몸에 끼던 옷도 잘 맞고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 다이어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행복했다. 문제는 1년 쯤 지나자 방심하는 사이에 조금씩 체중이 다시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면서 조금씩 더 많이 먹게 되었고 운동은 ‘주 3회’ 하던 것을 ‘월 3회’ 하게 되면서 원래 체중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다. ‘아 다이어트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정말 싫다 싫어.’

  날씨가 더워지면서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다이어트 참 어려운데 꼭 해야 할까? 나처럼 당뇨 등의 이유로 꼭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충분히 예쁘고 날씬한 학생들이 힘들게 다이어트 하는 것을 볼 때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다이어트 하다가 거식증에 걸린 지인의 딸도 있고, 제대로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서 생리불순, 허리통증, 목 디스크 등을 경험하는 학생이 많아 걱정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건강은 다음 세대 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잘 관리 해야 한다. 이런저런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좋지만 요요 없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접근해 영양소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 꾸준히 하는 것뿐 왕도는 없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체지방지수(체중 kg /키 m/키 m) 18이하는 모델로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됐고, 또 약간 살찐 사람이 병이 와도 이겨낸 체력이 있어서 오래 산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적절한 체중을 목표로 잡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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