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야를 개발해서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학문간 융합에 큰 매력"

  최근 들어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특히 공학 분야와 타 분야 간의 융합이 학계와 산업계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공학이라는 학문분야는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시작하여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발전하였으며, 감성공학이나 가치공학 등 새로운 학문분야들도 계속 생겨나는 상황이다. 산업에서는 일찍이 다양한 분야 간 융합을 시도하여, 기계공학과 디자인, 건축공학과 경제, 전자공학과 의학 등이 융합한 결과물은 우리가 이미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시점에서, 이화의 학생들도 자신의 전공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해 보기를 희망한다. 특히,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화인들은 타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타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이화인들은 공학분야와 융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사실, 융합과 관련해서는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이화여대 건축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의 연구주제는 ‘구조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화재피해를 입은 건축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도교수님을 통해 같은 학교의 의공학과와 대학병원의 교수님들께서 인공심장에 대해 연구하는데 인공심장이 환자의 몸속에서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를 건축물에서 쓰이는 구조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평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당시 나의 지도교수님 밑에는 여러 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학부에서 건축이나 토목을 전공했던 터라, 인공심장 연구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결국 연구실에서 가장 막내였던 내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공심장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화를 쉽게 하기 위해 긴 이름의 해부학 용어를 외우고 나름대로 쉬운 풀이의 구조공학 용어를 준비해서 회의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비록 많은 사람이 다루지 않은 분야여서 매번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곤 했지만, 해결할 문제들이 항상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은 연구자 입장에서 큰 장점이었다. 또한, 인공장기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회사나 연구소에서 내가 전공한 구조공학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화에 돌아와서도 목동 이대병원에 계신 교수님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고 지속적으로 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른 분야에서 수행되는 연구들을 지켜봤던 경험은 새로운 연구주제나 연구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공부를 했던 다른 전공의 학생들 중에도 자신의 전공 분야와 타 분야를 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여러 학문간 융합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서 나만의 특화된 분야로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전공의 사람들과 내가 서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문간 융합은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도구 또는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목표로 하는 공학 분야는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공학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나만의 특기를 갖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마침 다양한 학문간 융합을 격려하는 각종 학술 프로그램, 경진대회나 공모전 등도 많이 개최되고 있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에도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부수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도 익히게 되고, 자연히 오픈 마인드도 생기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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