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발견해 읽은 적이 있다. 스펀지밥을 좋아했던 과거의 나는 '징어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나는 친해지면 누구에게나 말도 잘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허심탄회하게 내 속마음을 얘기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 내 속마음을 누구에게 말하는 게 두렵다. 나도 한번쯤은 인터넷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보고,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다. (중략)'


  이 이후는 너무 개인적이고 민망해서 더 이상 공개하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지금의 내가 그때와 별로 변한 게 없어서 놀랐다. 중학교 1학년 때 하던 고민들을 나는 지금도 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한 번도 용기내본 적이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진짜 내 상처받은 모습들을 보여줘도 과연 그들이 내 옆에 남아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혀끝까지 나왔던 말들을 다시 마음 깊은 곳에 집어넣는다. 또한 내가 내 진심을 말하려고 한들 그게 상대방에게 내가 의도한 대로 들릴 수 있을까. 내 안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한 가닥 한 가닥 정성들여 말하려고 해도 입 밖으로 나오는 건 털 뭉치일 뿐이다.

  과연 나는 언제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을까. 보여주고 나서는 후회가 없을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솔직해지기에는 너무 소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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