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는 1495호 상록탑으로 인해 논란을 야기하였습니다. 언론으로서 깊은 성찰 없이 글을 게재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주간 저희 이대학보를 향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1495호에 게재된 상록탑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만큼 중요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습니다.

  논란이 된 직후인 5일 밤, 회의를 거쳐 수합된 입장을 밝혔지만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한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사태를 무마하기에 급급한 사과를 바로 다음 호인 1496호에 내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고민하고 또 공부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편집국의 기자 모두가 모여 해당 상록탑에 대해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의견, 그리고 기성 언론의 논조와 시각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했습니다. 보내주신 수백 건의 의견을 들었고, 수많은 기사와 칼럼, 논평, 그리고 사설을 읽었습니다.

  해당 상록탑은 세월호 참사의 사회구조적 문제와, 세월호 추모 집회가 필연적으로 지니는 정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유가족과 시민은 행정부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것은 정당한 요구임과 동시에 ‘정치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사회적 시스템의 책무와 관련된,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당 상록탑은 이러한 사회·정치적 의미와 배경에 대해 고찰하려는 노력이 없었고,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기자가 상록탑에서 다룬 그 단편적인 모습 역시 현장에 나가 취재한 것이 아닌, 기성 언론에 비춰진 모습에 불과했습니다. 상록탑 속의 세월호 추모 집회 현장은 일부 시위 참가자의 행동만이 중점적으로 거론, 묘사됐습니다. 경찰이 강행했던 진압 행위는 칼럼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편향된 시위 현장의 묘사는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칼럼이 하고 있는 ‘주장’의 근거는 불명확했고, 칼럼에 담긴 논리 역시 일부 신문의 보도 프레임을 충분한 성찰 없이 옮겨 쓴 것이었습니다.

  해당 상록탑은 지극히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그 모습 너머의 ‘진실’을 보려는 노력에 소홀했습니다. 저널리즘의 의무는 바로 그 ‘진실’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저희의 태만으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대학보는 사실 확인 절차를 시스템화해 정착시킨 최초의 대학 언론입니다. 이러한 이대학보의 철저한 사실 확인의 원칙은 이대학보 기자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의견의 영역’이라는 핑계로 상록탑에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시키기를 게을리 했고, 결국 현장 취재 없이 일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쓰인 칼럼이 게재돼 지금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희 이대학보는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기획회의와 더불어 논설회의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물론, 본지 기자가 쓴 칼럼에 대한 사실 확인도 철저히 거칠 것입니다. 해당 기자와 이 칼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데스크에 대한 책임 역시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그 표현에 대한 ‘책임’이 수반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권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본지는 글의 무게와 ‘학내 공론의 장’으로서의 이대학보의 역할을 되새기며, 올바른 저널리즘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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