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화 위해 주차 유도원은 오늘도 '삐이익-'
안전 이화 위해 주차 유도원은 오늘도 '삐이익-'
  • 박지은 기자
  • 승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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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의 동행
▲ 오전8시30분 대강당 부근 주차 유도원 권성진씨가 교내 비상전화를 통해 행사 관련차량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 오후1시30분 정문과 ECC 사이 횡단보도 학생들이 이어폰을 끼거나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길을 건너고 있다.
▲ 오후4시45분 이화·포스코관 앞 주차 유도원 이순만씨가 밀려오는 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 중강당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은 테이블 대신 공사용 케이블 선을 감는 장비나 다양한 의자로 가득하다.
▲ 휴게실 쪽방의 한 쪽 벽에 학생들이 전해준 감사 편지가 붙어있다.
▲ 천장에서 물이 새자 파이프 아래에 컵을 매달았다.

“빨간 차 지나갑니다. 음대 쪽으로 올라가네요.” 11일 오전8시 대강당, 주차 유도원 권성진(62·서울 은평구)씨의 무전기에서 정문 담당 주차 유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길을 묻는 차가 있으면 유도원들은 서로 무전을 통해 차량의 정보를 공유한다. 차주가 도로 위에서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릴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문은 김종윤(61·서울 은평구)씨가 담당했다. “학생들이 걸어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각 포스트에 있는 주차 유도원들이 바로바로 안내를 해요. 김활란 동상 있는 삼거리 쪽에서 머뭇거리다간 위험하니까요.”

  10명의 주차 유도원들은 9시간 동안 대강당, 이화·포스코관(포관), 정문, 본관, ECC 주차장 앞 5곳을 2명이 1시간씩 교대하며 일한다. 5명은 오전8시~오후5시, 나머지 5명은 오전9시~오후6시로 나뉘어 일한다. 이들은 차량 유도뿐만 아니라 교통정리, 학교 안내, 거동 수상자들 감시 등 이화인들의 모든 안전을 위해 힘쓴다. 자신이 맡은 구역의 건물,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우리는 바로 무전으로 종합상황실, 본관 경비실, 주차관리사무실에 연락을 해요. 보행자나 차주가 길을 물어보면 안내 후 어떤 사람, 어떤 차량이 지나가는지도 일일이 무전을 하죠.”

 

△교내 안전 보행의 위험요소 ··· 차량 속도, 이어폰, 핸드폰 등
  권씨는 이화에서 일한 지 10년 째다. 이날 권씨가 맡은 곳은 대강당이다. 대강당을 맡은 경우 권씨는 학생문화관, 이화·알프스 어린이관까지 도로 관리를 한다. 주로 채플이 끝난 후 학생들의 도로 보행 관리, 대강당 주차장 관리 등을 한다.

  “수업 이동시간에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도로의 반은 안 보여요. 근데 여긴 인도가 없으니까 학생들 건너게 차들 막아주고 또 길도 가르쳐 줘요. 요즘에는 공사 차량이 많이 지나다녀서 신경을 더 쓰고 있어요.”

 
  정문과 ECC 사이의 횡단보도는 캠퍼스 안에서 가장 복잡한 장소다. 학교에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과 정문을 통해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밀려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후1시, 1분 동안 49명이 이동할 정도로 이곳은  분주했다.


  또한, 이곳은 주차 유도원들이 가장 많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많은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서 주차 유도원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길을 건너 차와 사람이 부딪칠 뻔한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한 주차 유도원 김씨는 정문이 다른 장소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아찔한 상황이 많아요. 오늘만 해도 3건이에요. 차가 오고 있는데 그냥 튀어나와요.” 차가 지나가고 있어 잠시 길 건너기를 멈출 것을 지시했지만 바쁜 학생들이 갑자기 뛰어든 것이다. 기자가 40분간 관찰한 결과 일부 학생들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걷는 등 주차 유도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김씨는 이화인들에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양옆을 확인하기를 당부했다. 실제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양옆을 보고 지나가야 하지만 양쪽을 확인한 뒤 길을 건너는 학생은 찾기 힘들었다. “미국의 3초 스탑이라고 아세요? 사람이든 차든 건널목에서 무조건 3초만 서 있는 거예요. 이건 모두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학생들의 쉬는 시간 15분, 포관 담당 주차 유도원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이동을 위해 몰려나오기 때문이다. 포관 도로는 다른 곳에 비해 도로가 좁고 인도 폭도 좁은 편이다. 좁은 횡단보도로 인해 학생들은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로 길을 건너고 있었다. 오후4시45분, 포관 앞은 인도가 좁아 도로로 걷는 학생과 달려오는 차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공대 삼거리에서 포관까지 내려오는 내리막은 더욱 심각했다.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무시무시해요. 내려오는 곳에는 막 질주하더라고요. 거기는 턱을 높여서 살살 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해요.”(김종윤)

  권씨는 차량 지정 속도 표지판을 가리키며 지정 속도를 지키지 않고 교내를 달리는 차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교내 속도가 시속 20km라고 떡하니 표지판이 붙어있는데, 일부가 시속 40~50km로 달려요. 그냥 차도인 줄 알더라고요. 자기 바쁘다고 막 달리는 것 같아요.” 실제로 포관 앞 내리막길에서는 차들이 학생들이 길을 건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권씨는 학생들이 안전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학생들이 이어폰을 끼고 다니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게 문제예요. 뒤에 차가 와도 모르더라고요. ‘학생 차 와요’라고 말해도 한번 쓱 보고 가요. 급박한 상황인데 소리를 질러도 안 들리니까요.”

 

△열악한 휴게실 실태, 노동조합(노조) 없을 때 8시간을 꼬박 서 있기도
  오전9시, 권씨의 휴식 시간이다. 기자는 권씨를 따라 휴게실로 이동했다. 주차 유도원들이 사용하는 휴게실은 중강당 지하에 있다.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방에는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휴게실의 천장과 벽에는 각종 파이프가 붙어있었다. 심지어 휴게실 한쪽 구석 이들이 누울 수 있는 쪽방에는 컵이 파이프 아래에 매달려 있었다. 이 컵에 관해 묻자 권씨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저 파이프에서 물이 떨어져서 컵으로 받쳐놓은 거예요. 또 물 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려요.” 휴게실 입구 천장에 있는 녹슬고 얼룩덜룩한 배관은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낡아 보이고 더러웠다. 

  휴게실에는 큰 테이블 1개와 작은 테이블 2개, 의자들이 있었다. 이것들은 주차 유도원들이 휴식을 위해 직접 주워온 것이다. “이건 원래 책상이 아니라 공사용 케이블 선을 감는 장비였어요. 학교에서 버려진 걸 재활용 한거죠.” 권씨는 기자에게 봉지 커피를 타주며 말했다. “자리가 딱히 없어요. 학교 안 우리가 쉴 자리가. 그래도 여기가 가장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좋아요.”

  이들은 그래도 현재 상황이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이들은 노조 덕이라 말했다. 노조와 회사의 협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협상 전 주차 유도원들은 8시간을 서서 일해야 했다.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이었다. 밥은 주로 기숙사 식당에서 먹었다. 1시간 주어지는 점심시간에 기숙사 식당까지 가다 보니 10분 만에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재작년 6월1일, 업무는 1시간씩 교대로 바뀌었고 교내식당 어디든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꼬박 8시간 하루종일 여기서 서 있어야 했어요. 점심시간이 1시간인데, 쉬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때는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10분 만에 밥을 먹어야 했어요. 이 때문에 작업 효율성도 높아져, 그 덕에 사고가 없어요.”

 

△춥고, 무더울 때 한결같이 도움을 준 이화인들
  이들이 힘들어할 때 따뜻한 손길을 건넨 이화인들이 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이가 있다. 포관에 있는 이 모 교수다. 권씨는 이 모 교수를 떠올리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교수님이라고 말은 못하는데 매일 커피를 사줘요. 여름에는 아이스, 겨울에는 따뜻한 거로요. 학생들이 많아서 이화사랑에서 커피를 못 사실 때는 하다못해 캔커피라도 사다 주고 가셔요. 교수님 안 오시는 날에는 직원들이 다 걱정한다니까요.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닌지.” 김씨는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에 근무하는 교직원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생활관 513호에 근무하시는 분인데, 겨울에 그 추운 날 견디기 힘들다 싶으면 커피를 갖다 주시더라고요.”

  휴게실 쪽방의 한쪽 벽에는 학생들이 전해준 감사 편지들이 달려 있었다. 하트모양의 포스트잇으로 모아 놓은 롤링페이퍼와 각종 편지지 속에서 ‘학교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항상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날씨도 제법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젊은 사람도 아니고 우리가 나잇대가 있으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누가 냉커피 갖다 주면 눈물이 나요.” 이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화인을 회상하며 김씨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들이 있었기에 이화인들은 오늘도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