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1시 ECC 이삼봉홀에서 2015 Special Artist Festival(스페셜 아티스트 페스티벌)의 학술행사로 가수 강원래씨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해도 당당히 네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ECC 이삼봉홀에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큰 목소리로 부르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1994)가 울려 퍼졌다. 음정도, 박자도 정확히 맞지 않았지만 반주에 맞춰 노래를 이어가는 이씨는 끝까지 열창했고 관객들은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2015 Special Artist Festival(SAF, 스페셜 아티스트 페스티벌)이 9일 오전10시 ECC 이삼봉홀, ECC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 서울산업진흥원과 이화창조아카데미가 주최했다.

  행사는 이화창조아카데미 백지연 책임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축하를 전했고, 서울산업진흥원 이전영 대표이사,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협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안 협회장은 “장애인들의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는 학술, 전시, 부대행사 세 분야로 구성됐다. 학술행사에서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강연 및 공연과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소개 등이 이뤄졌다. 전시행사에서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됐고, 장애인 예술가들이 만든 제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부대행사로는 장애 관련 영화 상영, 필름 토크, ‘아이디어 옥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페셜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연
  자폐 장애인들로 구성된 ‘미라클 앙상블’의 축하공연이 행사의 막을 열었다. 잔잔한 비제(Bizet)의 ‘아를의 여인’(1872) 플롯 독주에서 시작해 플롯, 첼로, 피아노의 아름다운 합주가 이어졌다. 8곡을 연주한 미라클 앙상블의 마지막 연주곡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1997)이었다. 사람들은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쳤다.

  두 번째 공연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희아씨의 공연이었다. 그가 등장하고 ECC 이삼봉홀은 바로 베토벤(Beethoven) ‘환희’(1824)의 선율로 가득 찼다. 연주를 끝낸 이씨는 곧바로 “마음속에 캐논 변주곡이 아닌 희망 변주곡으로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캐논 변주곡’(1982)을 들려줬다. 이후 그녀는 네 손가락을 화려하게 사용해, 비장애인들도 연주하기 힘들다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단 한 차례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연주했다. 마지막 순서로 이씨는 가수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라는 곡을 관객과 함께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스페셜한 사람들의 강연
  이번 행사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강연도 있었다. 이지선 작가, 석창우 화가, 가수 강원래씨가 연사로 나섰다.

  15년 전 음주운전 차량과의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은 「지선아 사랑해」의 이 작가는 사고를 ‘당했다’가 아닌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고가 반갑고 기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을 '사고를 만났다 헤어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산소 호흡기를 떼고 사고 후 처음으로 물을 들이켰을 때를 떠올린다는 그는 “장애가 있다고 모든 걸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장애가 있어도 잘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년 전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화가 석창우씨도 강연에서 청중에게 ‘꿈’을 꾸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고로 두 팔을 잃은 것은 운명이지만 자신은 그런 비극적 운명을 거부하고 화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에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라며 “절실하고 간절하게 꿈을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쿵따리 샤뱌라’(1996)로 유명한 가수 클론의 강원래씨도 이번 행사 강연의 연사로 참석했다. 강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다고 설명한 뒤, 자신은 ‘부정-분노-좌절-수용’의 단계를 거쳐 다시 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고를 부정하고, 사고를 당한 현실에 분노, 좌절했으나 이제는 현실을 수용하고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장애인들 가운데 꿈이 없는 사람이 가장 비참하다”며 “지금의 나는 나처럼 살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별한 사람들의 전시
  ECC 다목적홀에서는 전시장이 마련됐다. 행사 주제인 ‘Everyone has special hands’라는 주제에 걸맞게 일러스트, 회화, 찰흙 공예, 도자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꽃피우고 있는 스페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다목적홀 한편에서는 ‘Fun-Market 부스’도 운영됐다. 이 부스에서는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 제품, 디자인 비누, 꽃 등이 판매됐다. 부스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 유태희 팀장은 “장애 예술도 모두 예술에 포함된다”며 “이번 행사가 장애인 예술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장애 관련 영화를 상영했다. 그 중 영화 ‘천국의 속삭임’과 관련된 필름토크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ECC 극장에서는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CSV(Creating Shared Value)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옥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박수빈(정외·11)씨는 “제목인 Special Artist Festival과 잘 맞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가 제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페셜 아티스트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한 이화창조아카데미 신명화(영문·12)씨는 “예술가들 중 장애를 가진 분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데, 오늘 행사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분들에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전시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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