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기자의 동행

▲ 오전7시 포관 영구동 1층 - 미화원 유재희씨가 일회용 컵에 들어있는 액체를 액체만 모은 통에 직접 옮겨 담고 있다.
▲ 오후1시30분 포관 강의동 3층 여자화장실 - 미화원 박청분씨가 화장실 칸 안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 오후2시 포관 강의동 옆 쓰레기장 - 미화원 박청분씨가 오후1시부터 1시간동안 수집한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편집자주> 이화 캠퍼스 곳곳에는 이화의 안전과 청결을 위해 수고하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본지는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이화 안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4주에 걸쳐 연재한다. 6일 본지 기자는 이화·포스코관(포관) 미화원과 하루를 함께 하며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학생 곁에는 항상 이들이 있었다.

 

  6일 오전6시40분, 인적이 뜸한 포관 연구동 1층에서는 봉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유재희(60·서울 서대문구)씨는 복도의 쓰레기통 비우기에 한창이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전7시부터 청소를 해야하지만 항상 30분정도 일찍 시작한다. “여기 도착하면 6시10분 정도예요. 항상 30분 먼저 와서 하는 게 습관이 됐네. 아침잠 없는 분들은 5시에도 오고 그러더라고.”

  11명의 포관 미화원들은 오전7시~11시 연구동, 강의동 전역을 청소한다. 교직원이 출근하는 오전9시까지 쓰레기통을 전부 비워내 바닥 청소를 마치는 것이 하루 중 첫 번째 임무다. 포관 미화원은 오전11시까지 일하는 파트타임 근무자 6명, 오후4시까지 남아 일하는 풀타임 근무자 5명이다. 이중 3명은 번갈아가며 오후7시까지 연장근무를 한다. 11명 중 3명은 주기적으로 하루 12시간 일하는 셈이다.

  “내가 쓰레기통 비울 때 기름걸레로 바닥에 있는 먼지 좀 쓸어줄래요?” 기자가 도움을 주겠다고 하자, 유씨는 조심스레 답했다. 기름걸레는 꽤 무거웠다. 쓰레기통을 비울 때는 허리까지 오는 큰 비닐에 쓰레기를 옮겨 담는다.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와. 포관에서 이만한게 하루에 40자루씩 나와요.” 유씨는 손으로 일일이 쓰레기를 집었다. 액체가 들어있는 병, 컵 등은 따로 다른 통에 옮겨 담았다. 액체를 골라내지 않으면 재활용 분류가 어렵고 비닐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그렇진 않지만 액체 버리는 통이 따로 있는데 그냥 버리는 학생들이 있더라고. 조금만 더 분류해 버려줬으면 좋겠어요.”

  정오~오후1시, 미화원들의 휴식 시간이다.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가득한 포관 지하1층 구석에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 있다. 포관 B153호와 장애인 화장실 사이에 있는 B153-2호다. 이들은 이곳에서 쪽잠을 자거나 점심을 먹기도 한다. 이날은 오전반 6명이 퇴근한 후 남은 5명이 옹기종기 모여 부족한 잠을 청했다. 5명이 눕자 방이 꽉 찼다. 안쪽에는 전기장판과 이들이 반찬을 넣어두는 냉장고가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짧지만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미화원들은 휴게실에 창문이 없어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이화사랑 음식물 쓰레기 건조 냄새가 휴게실 안까지 흘러들어와요. 그쪽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도 다 알겠더라고요.” 실제로 휴게실은 냄새가 들어와도 환기가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오후반 5명의 미화원들이 강의동 4명, 연구동 1명으로 나눠 작업한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맞춰 1시간마다 복도와 화장실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운다. “B161호는 거의 쓰레기통이야.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가는 학생들도 있더라고. 책상 밑에 놓고 가서 그대로 썩는 경우도 있지.”

  “어유, 됐어, 손 더러워져.” 기자가 일을 돕겠다고 하자 미화원 박성분(70·서울 서대문구)씨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그녀는 이화에서 일한지 10년째라고 했다. 박씨는 화장실 청소를 하며 이화인들에게 바라는 점을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고쳐줬으면 하는 거? 음, 딴 건 없고 학생들이 화장실 칸에 있는 쓰레기통에는 휴지만 넣었으면 좋겠어. 휴지가 아닌 건 우리가 따로 집어 버려야 하니까.” 화장실에서 나온 휴지는 소각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따로 분류해 넣어야 한다. “생리대도 휴지로 똘똘 말아서 버려주면 얼마나 좋아. 활짝 펼쳐져 있는 걸 보면 보기 좋지 않지. 피가 벽에 묻혀있을 때도 있어. 쓰레기통에도 토한 애도 있더라고. 어휴, 그때는 냄새나 죽을 뻔 했네.” 실제로 화장실 칸에 있는 쓰레기통을 비울 때 배변이 묻어있는 휴지와 펼쳐져 있는 생리대가 보였다. 박씨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생리대가 손에 달라붙어 떼어내기도 했다. 박씨는 화장실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일일이 주워 버렸다.

  “남자화장실이니까 여기 있어요. 잠깐만 있어요.” 유씨는 각 칸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거울을 닦았다. 불편한 건 없는 지 묻자 유씨는 웃으며 답했다. “남자화장실에서 청소하고 있으면 그냥 들어와서 볼일 보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 좀 민망했지.”

  오후7시, 연장근무 후 미화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다. 오늘 고생했다며 마실 것을 사주겠다고 하는 것을 한사코 만류했지만 이들은 기자에게 먹을 것을 쥐어줬다. 결국, 기자의 손에는 유씨가 직접 만든 달달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박씨가 준 땅콩 한 줌이 들렸다.

  긴 업무 시간, 강도 높은 노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활짝 웃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웃게 할까. 미화원들은 이화인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된 노동을 위로하는 힘이 된다며 입을 모았다. 유씨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사진 속 유씨는 학사모를 쓰고 졸업하는 학생과 함께 웃고 있었다. “컴퓨터 교실 선생님이에요. 졸업식 날 찾아와서 사진 찍자고 하더라고요. 정문 앞에서도 같이 찍었어요.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들도 찾아와 습기 많은 우리 미화원 휴게실에 제습기 선물도 했지.” 학생들 이야기를 하는 유씨는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5년째 일하고 있는 미화원 김말달(69·서울 마포구)씨는 기억에 남는 이화인을 이야기했다.

  “우리 학생들 너무 예뻐. 특히 정이 참 많아. 내가 지갑을 찾아준 학생이 있었는데,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일 찾아와서 먹을 것을 항상 갖다 주더라고. 졸업하고 나서도 찾아왔는데 얼마나 반가웠던지 서로 부둥켜 안고 난리도 아니었어.”

  미화원들은 이화인들의 인사 한마디가 박카스 한 박스보다도 더욱 힘이 된다며, 반갑게 인사해달라고 덧붙였다. 고단한 몸으로도 따뜻하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의 손은 매일매일 이화를 가장 먼저 열고, 정성스럽게 정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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