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이화글빛문학상 당선작 「덧니」 작가 조혜린씨 인터뷰

▲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덧니'는 성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왕따 등 사회 속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다르다고 해서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늘 소수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제10회 ‘이화글빛문학상’에 조혜린(국제사무·11)씨의 경장편 소설 '덧니'가 당선됐다. 글쓰기 문화를 장려하고자 매년 실시되는 이화글빛문학상에 올해는 조씨 포함 4명이 응모했다. 심사위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덧니'의 주인공처럼 ‘구별’ 혹은 ‘차별’되는 특성을 지닌 소수자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고 있다”며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연애임을 알려주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결단력이 타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상식은 8일(금) 오후3시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다. 본지는 '덧니'의 창작 과정을 따라가 보고자 조씨를 4월27일 본교 후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의 제목 '덧니'는 고른 치열 속 눈에 띄는 덧니처럼 평범하지 않은 존재인 소수자의 모습을 함축한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존재인 덧니를 통해 보편적인 삶 속에서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았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각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요.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며 살다 서로를 만나면서 그 상처를 치유해 나가요. 일종의 성장 소설이죠.”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소수자다. 여자 주인공 송연우는 30살로, 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다.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학 시절부터 사귄 진철과는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사이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점에서 소수자에 해당된다. 연우는 프랑스에서 온 한인 작가 앙리를 만나 그의 작업을 돕던 중 소설 '이끼의 숲'을 접하게 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을 족쇄처럼 묶어온 12년 전 과거와 마주하며 흔들린다. 남자 주인공 앙리 쟝은 30대 작가다. 자신의 책 작업을 위해 한국에 오게 되는데, 연우와 작업을 하면서 결혼을 앞둔 그녀의 마음을 뒤흔든다. 정선하는 연우의 과거 인물로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다. 그녀는 누구와도 진정으로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연우를 만나고 나서야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 아닌 친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열쇠가 되는 인물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가 중첩되며 전개된다.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야기 속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구성)이다. “처음 스토리를 구상할 때는 어른 연우와 학생 연우의 입장에서 목차를 나누어 교차 서술할까, 연우와 앙리의 입장에서 서술을 교차하는 것은 어떨까 등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영화의 플래시백(flashback, 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 혹은 그 기법)이나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하는 것이 독자의 궁금증을 지속시키는 데에 한몫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소설의 3장은 연우가 선하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 편지를 통해 연우의 과거를 보여준다. “연우가 선하를 떠나보내고 난 후의 대학생활의 기억을 일반 서술체로 하면 지루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선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 ‘편지글’이에요.”

  조씨가 '덧니'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여성학 관련 수업에서 본 성 소수자 다큐멘터리다. 성전환을 소재로 다룬 다큐멘터리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반전’이 있었다. 조씨는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밝혀지는 이 반전에 영감을 받아 소설에 적용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회적으로 여전히 억압받고 있는 동성애에 대해 감수성 있게 다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와 보통 사람들은 잘 겪어보지 못했을 이야기의 접점을 찾아 소설을 쓰면 공감과 흥미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자기 이야기나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 소설이 수필이 될 위험이 있지만, 작가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투영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고 했다. 실제 연우를 표현하는 ‘가을에 태어난 천칭자리 아이라 균형 감각이 가을 온도처럼 항상 지나치게 차지도 뜨겁지도 않다’는 점은 작가의 성향에서 빗댄 것이다.

  '덧니'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아님에도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가상 인물임을 알면서도 이 세상 어딘가에 연우나 선하 같은 친구가 실존할 것만 같아 이따금 서글퍼지더라고요. 선하가 떠난 후에 연우가 홀로 남아 실종 전단지를 뿌리는 모습을 묘사할 때는 울컥했어요. 독자 분들도 이러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덧니'는 원래 영화 시나리오였다. 조 씨는 영화 시나리오였던 '덧니'가 대학생 대상 문학상인 ‘대산대학문학상’에서 시나리오 부문 결선까지 갔지만, 당선이 안 돼 아쉬움을 느꼈다. 그 후 이화글빛문학상의 특전으로 책으로 출판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다시 쓰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3인칭이 아닌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각 캐릭터의 특징과 성향이 드러나는데,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보니 주인공의 시각에 한정해 서술하게 돼요. 또한, 소설은 주인공이 없는 곳에서의 상황이나 사건은 직접적인 묘사가 불가능하니 상대방의 대사를 통해서만 서술해야 하고요. 해서 어떻게 하면 편협한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사건을 진행시킬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조씨는 앞으로도 창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창작을 소설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소재의 스토리를 쓰고 싶어 했다. “저는 방송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 이야기 기획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상하고 있는 소재가 굉장히 많죠. 대표적으로 외국의 뱀파이어처럼 현대 한국 사회에 맞출 수 있는 신화적 존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더라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이하는 사람, 그 작품만의 고유한 분위기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