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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통과, 청년 세대의 방향을 논하다
2015년 05월 04일 (월) 남미래 기자 mirae1201@ewhain.net

  6개월 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 ㄱ씨는 상반기 채용모집에서 쓴잔을 마셔야 했다. 회사마다 원하는 자격증이 달라 토익(TOEIC), 토익스피킹(TOEIC Speaking), 오픽(OPIc) 등 웬만한 시험은 다 쳤다. 시사상식 동아리 활동, 누계학점 3.5점(4.3점 만점), 900점대 토익 점수까지. 소위 말하는 스펙을 잘 갖췄지만 상반기에 지원했던 대기업에서 모두 낙방했다. 주변 지인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서류에 합격한 친구들도 한두 명뿐이다. 서류통과조차 어려울 만큼 청년실업은 대학생의 삶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작년 청년실업률이 약 9.0%를 기록하며 재작년보다 약 1.0%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약 9.2%(올해 1월), 약 11.1%(올해 2월), 약 10.7%(올해 3월)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작년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다 보니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을 걱정하며 도서관을 찾고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 동아리를 찾는다.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청년세대는 쉬지 않고 달린다. 이에 본지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청년실업의 역사부터 청년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3권의 책을 통해 살펴봤다.

△2015년 청년실업 문제, 광복 이후 지속적인 사회문제
  실업문제는 오늘날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취업을 위한 성형, 대학을 졸업한 고등실업자, 비정규직 고용 확대 등 현재 우리 사회의 실업문제는 광복 이후부터 꾸준히 대두됐다.

  강준만 작가의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한국 실업의 역사'는 시대별로 발생한 실업에 관해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1960~1980년대에 대학생의 급격한 양적 증가로 인해 고등실업자가 늘어났다. 1945~1960년 사이 대학생은 7819명에서 9만7819명까지 약 1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나 이를 감당하기에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대학은 소를 팔아 대학을 보냈던 농부의 주머니를 터는 곳이라며 ‘우골탑’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는 오늘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대학을 ‘백수 양성소’라고 불리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다시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이른바 ‘U턴 입학’ 현상도 약 30년 전부터 발생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98개 전문대에 4년제 대학 졸업자 737명이 등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98명(약 15.3%)이 증가한 수치다. 1980년대에도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취업양극화현상이 발생하면서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로 입학하는 일이 발생했다. 1989년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이 약 45.9%인 반면 전문대 취업률은 약 79.4%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업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과거 개별적으로 나타났던 사회적 문제들이 오늘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문제시된 고등실업자, 1980년대의 대졸자의 전문대로의 U턴 입학, 1990년대에는 취업을 위한 성형, 2004년 이후 대두된 비정규직 고용 확대 문제는 오늘날 한데 뒤섞여 청년세대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사회의 기득권층은 취업에 허덕이는 청년세대의 노동력을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청년세대를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로 착취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표백 세대…표백세대가 나아갈 방향
  '표백'의 장강명 작가는 청년세대를 ‘표백세대’라고 부른다. 혁명적 변화 없이 모든 틀이 이미 다 짜인 완전한 사회에 살아가는 청년세대가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회에 ‘표백’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표백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 능통한 세대’다. 하지만 취업에 전전긍긍하고 기성세대로부터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 '표백'의 주인공들은 표백세대가 인생의 목표를 세웠지만 그 목표가 세상과 타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목표가 시시하고 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취업, 공무원 시험 합격과 같은 목표가 시시한 것을 알면서 표백세대는 이에 악착같이 매달린다. 우리가 받는 교육은 패배하지 않기 위한 것이며, 시시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승리하지도 패배하지도 않는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들은 민주주의라든가 자본주의 정착, 근대 체제로의 편입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과업도 이미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양성평등이나 환경문제와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보다는 소주제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다음에 나오게 될 이슈들은 한 세대의 과업이나 종교의 대용품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사소한 것이리라. (…) 그래서 이 세대는 큰 꿈을 가질 수 없게 됐다.”(p.30)

  소설 속 등장인물은 사회적으로 가장 성공한 위치에 도달했을 때, 자살을 선택한다. 이미 안정되고 완성된 사회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느낀 이들은 자살을 통해 이 사회에서 가장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이들의 자살 선언은 완성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 거부하는 방법이자 표백세대가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저항운동이다. 자살 선언자는 자살이, 완성된 사회의 천박함과 불완전성을 고발하고 자신들이 품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청년의 자살,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풍토, 고시 준비생 증가 등 현대 사회의 표백되어가는 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표백'은 표백세대들에게 냉혹한 현실을 헤쳐나갈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대신,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제시한다. 그렇다면 취업에 지친 표백세대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딜까.

△청년백수?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살아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
  3학년에 재학 중인 ㄴ씨는 지난 2년간 교내 학회장, 학생회, 교육봉사, 영어토론 동아리, 단대 수석 장학금, 독서토론 동아리, 서포터즈 활동 2개, 공모전 4회 수상경력, 다문화 멘토링 활동 등을 했다. 아직 취업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 같아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대외활동을 찾아 하는 중이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데 즐겁다거나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고 잠이 부족해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이렇게 많은 활동을 했는데도,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임꺽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의 고미숙 작가는 장 작가가 말한 것처럼 20대가 가장 똑똑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청년기가 획일화되면서 콤플렉스와 트라우마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청년기는 개성이 톡톡 튀고 어디로 튀어갈지 모르는 시기임에도 현 사회는 청년기가 모두 하나로 통일됐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기준에 맞지 않는 삶은 비정상적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젊은이들은 삶에서 주체성과 자율성 없이 사회의 경제적 가치에 맞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고 작가는 취업이 잘 안 되고 원서를 넣을 때마다 실패를 겪는 젊은이들은 '임꺽정'을 통해 청년백수에게 새로운 시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취업을 걱정하며 기계적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세대는 '임꺽정'의 등장인물 칠두령을 통해 세상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칠두령은 사회의 하층계급이면서도 떳떳하게 백수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며 경제활동과 자존심은 상관관계가 없다. 목적 없이, 끊임없이 배운다. 고 작가는 청년세대의 배움 끝에는 돈이 있는 것과 달리 이 배움 끝에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세대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칠두령처럼 타인의 인정과 대가라는 기준을 버려야 하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작가는 청년세대에게 취업의 부담감과 백수가 되는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백수로 태어나 백수로 끝나기 때문에 백수는 인간이 밟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기 때문이다. 취업이 안 돼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백수가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청년은 끊임없이 사회적 기준과 자기자신을 저울질할 것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과 자신이 맺는 관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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