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라는 이름하에 정치적 목적 드러내는 단체 조심해야

 

  <1495호 상록탑 관련 이대학보사 입장표명>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사입니다.
 
  5월4일자 발행된 1495호에 실린 상록탑(칼럼)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만큼 중요한 것’에 대해 많은 분이 목소리를 내주신 것으로 압니다. 하루 새 이대학보를 향해 쏟아진 많은 의견을 들으며, 활자의 무게와 신문의 파급력을 통감했습니다.
 
  논란이 된 칼럼 ‘상록탑’은 편집국장과 편집부국장, 부장기자단이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공간입니다. 칼럼은 신문사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설과 달리 기자 개인의 의견인 만큼 저희 이대학보는 해당 칼럼에 기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한 점은 전적으로 데스크의 불찰입니다. 외부 필자가 아닌 이대학보의 구성원이 쓴 모든 글에 대한 책임은 편집국에 있음에도, 칼럼의 내용과 직접 취재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게재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해당 기자는 이번 칼럼에서 단어 사용이 경솔했다는 점, 철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보다 다양한 관점을 깊이 있게 취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실수로 인해 기자가 칼럼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스스로의 실수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기자의 의도와 다르게 글을 받아들이셨다면 이는 분명 잘못 쓴 글입니다.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였던 만큼 이슈에 대한 공부와 기자들 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더 필요했음을 인정합니다. 부족한 글이 혹여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이대학보는 더욱 공정하고 정확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박진아 기자입니다. 밤새 상록탑과 관련한 글, 댓글을 읽었습니다. 우선, 제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하셨거나 실망을 하셨을 분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같은 호 2면에 실린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대학생 추모행진’의 선포식을 취재했습니다. 앞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보도된 안전 관련 기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유가족 분들의 슬픔과 분노에 깊이 공감하며 세월호 인양 및 추모집회 등의 이슈를 지켜보았습니다.

  제 칼럼은 여러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처럼 세월호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거나 유가족 분들과 집회 자체를 비난하고자 하는 목적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칼럼을 쓰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저는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 ‘국민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 달라’는 요지의 유가족 인터뷰를 접했습니다. (제 칼럼의 다섯 번째 문단에 등장하는 유가족 멘트는 이러한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유가족을 향한 일부 누리꾼들의 싸늘한 시선도 발견했습니다.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유가족과 뜻을 함께하기보다는, 세월호 집회를 자신들의 개인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일부 단체로 인해, 유가족 분들의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까지 빛바래고 힘을 잃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집회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하지 못하고 일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칼럼을 쓴 점은 명백한 저의 불찰입니다. 또 그 과정에서 일부 보수 언론이 사용한 단어를, 신중하게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옮겨다 쓴 점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과 경솔한 단어 사용이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 같습니다.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이번 일을 스스로 더욱 발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더욱 신중하게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채찍질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원문>

  4월16일 오후4시16분 본교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기억행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희생자의 초상화와 함께 이름이 적힌 영정을 들고 행진했다. 영정 뒷면에는 참가자가 직접 쓴 편지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마음이 착잡하다”면서도 “이렇게라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기억행진 참가자들은 충정로를 지나 청계광장으로 그리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청계광장, 서울광장에서는 경찰 추산 약 3만 명의 시민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를 향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그날 밤 11시 쯤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모바일 인터넷 화면에는 ‘추모제에서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해 참가자 10명이 연행됐다’는 기사가 제일 위에 올라와 있었다.

  추모제는 4월16일 이후에도 계속됐다. 2일 뒤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대회에서는 유가족을 포함한 약 80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일까. 경찰은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참가자들은 경찰차에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경찰에게 계란을 던졌다고 한다. 한 일간지는 추모제에 참가한 20대 남성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모습을 1면에 실었다.

  고백하자면, 며칠 동안 필자는 의심했었다. 1년 전 아이를 잃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때의 부모들이 맞을까. 그런 부모들의 아픔에 함께 하고자 했던 국민들이 맞을까하고.

  아니나 다를까. 폭력시위는 추모제에 참여한 좌파·친북 단체가 세월호 유가족을 앞세워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진격을 시도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4월18일 열린 집회를 주도한 ‘4·16연대’가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이 중심이 된 ‘4·16가족협의회’ 관계자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단체다. 이 중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 800개 중에 좌파·친북 단체가 다수 포함돼 있던 것이다. 한 유가족은 해당 단체를 향해 “국민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작년 5월에는 기부금을 챙기기 위해 가짜 세월호 추모 사이트를 만든 20대가 구속됐고, 비슷한 시기 열린 세월호 추모 촛불집회에서 약 30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매년 4월,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열릴 때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혹은 이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체들이 서울광장 앞으로 모일 것이라는 점이다. 세월호만이 아니라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 일에 대한 ‘진심’이 아닌 ‘본심’을 드러내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의 본심이 일반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도 구분하기 힘들게 만든다. 7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는 초기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집회에 일부 단체들이 가세하면서 폭력시위로 번진 적도 있다. 이럴 때 냉정하게 사건의 숨겨진 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진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모제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지, 참가자들은 진정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참가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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