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생활환경대학 406-2호에서 만난 이인성 지도교수(의류학과)와 패션디자인연구실 소속 연구원 16명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생활환경대학관(생활관) 406-2호 패션디자인연구실에는 옷감과 재봉틀 대신 소방용품이 널려 있다. 소방대원들의 안전과 최상의 작업효율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의 작업 공간이기 때문이다. 2일 본지가 소방용품 디자인 연구에 한창인 이인성 지도교수(의류학과)와 석·박사생으로 이뤄진 패션디자인연구실 소속 연구원 16명(권수희, 김연수, 김은덕, 리단, 상윤진, 신재이, 안효선, 유동주, 유진영, 이교영, 이정은, 임주연, 정승연, 정지수, 정현정, 진소함)을 생활관 406-2호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에서 2월16일 개최한 회의에 참가한 뒤 이번 연구를 결심하게 됐다. 이 회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2015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연구사업 신규과제’ 재난안전 분야 내용을 의논한 자리다. “회의에 참가하면서 소방용품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 연구실의 능력을 발휘해보고자 소방복 연구를 결심하게 됐죠.”(이인성 교수)

  이들이 기성복이 아닌 소방용품 같은 특수복을 연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3월12일부터 소방장갑과 방화두건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디자인의 영역을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까지 넓히려는 시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션 디자인이 아닌 특별한 용도에 적합한 기능적 디자인 연구를 하고 있어요. 특수복 디자인은 처음이어서 낯설었지만, 기존 소방용품의 열악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죠.”(이인성 교수)

  이들이 소방서를 직접 방문해 파악한 소방복 현황은 무척 열악했다. 이 교수와 연구원들은 3월24일 직접 서대문소방서를 찾았다. 연구를 위해 소방복을 직접 착용하고 소방대원들에게 소방용품의 불편함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 소방대원의 소방복을 입어봤는데도 뒤로 휘청할 만큼 무거웠어요. 소방장갑을 방화복 안으로 껴입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방화복 안에 여유가 없어 불편했죠. 방화두건도 마스크를 착용한 후 마스크의 경계선을 덮어야 했는데 제 기능을 못 하더라고요. 기존 소방용품의 열악함을 직접 겪게 돼 연구하는데 좋은 경험이 됐어요.”(김연수)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소방용품의 열악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소방장갑은 S, M, L로 3가지의 사이즈만 있어 소방대원들 손에 딱 맞지 않고 용도와 상황에 맞는 장갑의 디자인도 다양하지 않다. “산불, 주택 화재, 유해 화학 화재 등과 같이 화재가 나는 형태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별, 용도별로 장갑 디자인이 달라야 해요. 소방대원의 환경에 적합하고 최적의 작업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기능적인 디자인이 반드시 필요한 데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거죠.”(정현정)

  패션디자인연구소가 추구하는 이번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점은 ‘불편함의 해소’다. 서대문 소방서 방문 당시 대부분 소방대원들은 작업 시 소방용품의 불편함을 1순위로 토로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방화용 소방장갑은 두껍고 뻣뻣한 방화용 소재로 만들어져 편의성이 떨어지고 착장감 또한 좋지 않다. “방화용 소재를 사용하면 화상을 입을 염려는 없지만 호스를 잡을 때 감각도 없다는 것이 문제죠. 저희는 이 점에 주목해 손가락 움직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손가락 마디 마디를 절개하고 봉합해 그립감을 보완하고자 해요. 또 응급환자 이송용 장갑 같은 경우, 응급 연락 용도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쉽게 다루기 위해 스마트 전도사 소재를 자수나 패치로 손끝부위에 접할 예정이에요.”(이인성 교수)

  그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소방용품의 국내화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기존 소방용품을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외국산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다면 이번 연구는 내열성과 내구성이 높은 국내산 아라미드 소재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한다. “국내산 소재를 이용해 단가를 낮추고 국내 업체들이 소방용품을 생산함으로써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어요.”(안효선)

  아울러 현재 그들은 이번 공고에 선정되기 위한 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교의 연구개발계획서가 선정되면 2017년부터 연구실이 개발한 소방용품의 실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번이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에요. 1차 통과가 되면 본교가 주축이 돼 생산업체, 타 대학교 연구 기관과 함께 실용화를 위해 협력할 예정입니다.”(정현정)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소방 대원들의 평균 수명이 58세라고 해요. 순직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죠. 이번 연구를 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어요. 우리가 디자인한 소방용품을 통해 소방대원의 작업 효율성과 안전이 강화됐으면 합니다.”

  그들은 소방복뿐만 아니라 다른 특수복 분야에도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가 경찰, 공장, 산업 안전지대 작업복 등 다른 특수복 분야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이인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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