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수놓은 한복 물결, '이화, 한복입는날'
캠퍼스를 수놓은 한복 물결, '이화, 한복입는날'
  • 민소영 기자, 김화영 기자
  • 승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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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10시 본관 앞에서 다채로운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계단에 앉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1일 오후6시30분 학생문화관 회의실2에서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치킨을 먹고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어머, 왜 이렇게 예뻐! 정말 잘 어울린다!”

  채플이 끝난 정오. 이윤지(사회·11)씨가 대강당 밖으로 나서자 그를 아는 선배가 멀리서 이씨를 불렀다. 흰색 저고리, 파란 치마 차림에 머리를 한 갈래로 땋은 이씨를 멀리서 보고 뛰어온 것이다. 한복을 입은 이씨는 선배들과 대강당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이화, 흐드러지다’ 부원들이 모여있는 학생문화관(학문관)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한복을 입고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어요. 다들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말을 걸어주기도 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죠”(이윤지)

  1일, 만우절을 맞아 이화 교정이 한복으로 곱게 물들었다. ‘이화, 한복 입는 날’(한복 입는 날) 덕분이다. 따뜻한 봄 햇살이 가득했던 이날 학생들은 흰색, 붉은색, 옥색 등 다양한 빛깔의 한복을 갖춰 입고 본교 캠퍼스 곳곳을 누볐다. 한복을 입은 이화인의 하루는 어땠을까. 본지는 ‘이화, 흐드러지다’ 부원 이윤지씨를 따라 한복 입는 날 행사를 동행 취재했다.

  한복 입는 날은 본교 동아리 ‘이화, 흐드러지다’가 기획하고 진행한 행사다. ‘이화, 흐드러지다’는 작년 가을 창설멤버가 모여 10월에 신입부원을 모집한 본교 동아리다. 한복 입는 날 행사는 작년 11월 처음 시작돼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대여인원으로 본교생 약 80명이 참여했다. ‘이화, 흐드러지다’ 홍민지 회장은 “작년에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뿌듯했다”며 “이번 학기는 일반 학생들이 한복을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만우절로 날짜를 정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사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동아리 부원 최지혜(보건관리·14)씨는 “한복이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직접 입어보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부원들이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학문관에서는 한복 대여가 한창이었다. ‘이화, 흐드러지다’가 대여실로 사용한 학문관 회의실2로 들어서자 한복을 입고 벗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책상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한복 약 15벌이 놓여있었다. 학생들은 거울을 보고 한복을 얼굴 아래에 대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찾고 있었다.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의 한복 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복을 대여하는 학생뿐 아니라 자신이 가져온 한복을 갈아입는 학생도 있었다. 이날 자신의 연두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 한복을 입었던 김희진(보건관리·13)씨는 “평소 명절 때마다 한복을 입지만 학교에서 한복을 입고 생활을 하는 것은 또 색달랐다”며 “현대적인 사복을 입고 학교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와 한복을 입고 찍었을 때 그 느낌이 달랐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은 오랜만에 입어보는 한복 착용법을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흐드러지다 동아리 학생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고름 묶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라 저고리 고름 묶는 걸 도와줬어요. 리본 모양으로 묶는 학생도 있어 달려가서 맞게 고쳐주기도 했죠.”(최지혜)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평소처럼 학교생활을 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건물로 이동하고 교실에 들어갔다. 전통한복에 댕기머리까지한 학생이 백팩을 매고, 에코백을 어깨에 걸치기도 했다. 이씨는 학생문화관에서 이화·포스코관까지 이동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1층까지 가기 위해 긴 한복 치마를 잡고 계단을 올랐다. 그가 교실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흘끗 쳐다본 뒤 각자의 할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교실 풍경 속 일부가 된 이씨였다.

  “한복을 입고 학교에 오고 수업을 듣더라도 학생들은 한번 쳐다볼 뿐 한복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요.”(이윤지)

  ‘이화, 흐드러지다’ 부원들은 한복 입는 날이 아니더라도 한복을 입고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신촌에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고 대중교통을 타기도 한다.

  “한복을 입고 지하철을 타니 힐끗이 아니라 계속 쳐다보는 사람, 아이에게 ‘저게 한복이야’라고 설명해주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어요. 여전히 한복을 입고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이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죠.”(최지혜)

  이날 캠퍼스 곳곳에서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만우절에 진행된 행사답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한복을 입은 학생들은 함께 어우러져 사진을 찍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친구가 한복을 입은 친구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6명의 학생이 셀카봉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는 ‘퓨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한복을 입은 학생들의 ‘핫플레이스’는 바로 ECC 동산이었다. 초록색 잔디, 나무와 노란색 개나리 그리고 분홍색 철쭉이 가득한 동산에서 학생들은 제각기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15학번 새내기인 선우혜림(간호·15)씨와 정혜원(간호·15)씨 역시 이들 중 하나다. 선우씨는 분홍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정씨는 흰색 저고리에 검붉은 치마를 입었다. 정씨의 저고리는 어깨부근에 손톱만한 잔꽃이 넓게 수놓여 있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날 행사를 알게 됐다는 정씨는 “만우절이기 때문에 교복을 많이들 입지만 특별하게 한복을 입어보자고 생각해서 대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는 학생들이 말하는 한복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복이 가진 ‘색감’을 꼽았다.

  “한복은 내가 직접 색을 배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딱 떨어지는 어깨선과 펼쳐진 치마가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에요.”(최지혜)

  “같은 빨강이라도 여러 종류의 색과 색감이 있는 점이 한복의 매력이에요. 한복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색감을 맞출 수 있는 아름다운 옷이죠.”(홍민지)

  한복 입는 날을 주최한 동아리 학생들은 또 하나의 일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로 한복입고 치킨 먹기다. 동아리 학생들은 모든 일과가 끝난 오후6시30분 학문관 회의실에 모여 치킨을 시켰다.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치킨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모여앉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한복 입는 날은 마무리됐다.

  한복 입는 날은 다음 학기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홍 회장은 “봄에는 만우절에, 가을에는 추석이 지난 후에 진행할 예정”이라며 “행사에 대한 홍보 역시 이번처럼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할 계획이며 블로그를 통해 사전예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