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만든 허상을 벗고 진짜 '나'를 발견하기를

  얼마 전 ‘소셜포비아’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SNS를 통해 만들어진 소셜 네트워크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본 후 필자가 느낀 감정은 ‘오싹함’이었다. 범람하는 SNS의 홍수 속에서 너무나 쉽게, 당연하게 이용했던 SNS가 만들어낸 잔혹사를 보며 결심한 것은 SNS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SNS 속에 있는 ‘나’를 지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인체 구조 상 평생 스스로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카메라, 거울 등을 통해 보이는 모습을 조합해가며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SNS도 마찬가지다. SNS 속 ‘친구’, 혹은 ‘팔로워’(follower)들이 SNS 속 ‘나’를 보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제3자가 되어 본다. SNS의 친구 혹은 팔로워의 수, 자신이 올린 글의 ‘좋아요’ 수와 리트윗(retweet, 인용) 횟수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SNS는 일종의 ‘거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거울을 통해 보고 싶은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조금씩 더하고, 많은 부분을 덜어낸다. 필자 역시 그런 SNS 속에 만들어진 ‘나’를 좋아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거울 아래 쓰인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거울은 실제를 왜곡한다. 옷 가게의 거울이 우리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십 장을 찍어 건진 한 장의 ‘셀카’ 사진이 우리의 실제 모습은 아니다. 거울은 좌우 반전된, 혹은 보정되고 왜곡된 모습을 반영할 뿐이다. SNS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결코 진짜 ‘나’가 아닌 것처럼.

  우리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나’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NS 속 ‘나’와 내면의 진짜 ‘나’의 괴리에 점점 더 좌절하게 될 뿐이다.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실제 내 모습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어쩌면 영화 ‘소셜포비아’를 보고 느꼈던 오싹함은 영화를 통해 그 괴리를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것 그대로의 나를 보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누군가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SNS 속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외면은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볼 수 있지만, 그 내면은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볼 수 없다. 꾸미고 다듬어진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는 거칠지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쉽게 겁을 낸다. 그렇지만 그것을 들여다 볼 준비가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제1자’다.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나의 외면을 파악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내면의 스스로를 보는 것을 겁낼 필요도 없다. 필자는 다시 ‘계정 삭제’ 버튼을 누르기 위해 조금씩 SNS 속 ‘나’를 놓아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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