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대로 대외활동하는 우리가 문제인걸까 기업이 문제일까

  '금융권을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는 활동', '마케팅 실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대외 활동 모집 요강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구다. 뿐만 아니다. 입사지원시 우대, 소정의 활동비 지원, 실무진과 접할 수 있는 기회. 취업난과 스펙 과열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현혹하는 달콤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라면 스펙과 어학 점수를 채우느라 바쁜 대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작은 탐색이자 한 줄의 경력으로써 참여하기에 적합한 활동으로 보이는 문구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이 된 지금에야 알았다. 모집 요강과 현실은 달랐다. 생각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외 활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토록 공들인 자기소개서로 선발된들,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입장은 어떤지 모르나, 대외 활동을 직접 경험하는 학생들의 시각에서 소정의 활동비로 많은 활동을 요구하는 기업의 대외 활동 모집은 '보수 없이 쓸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 구인'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소정의 활동비는 주어진다. 문제는 정말 소정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활동비가 지급되는 대외 활동은 팀 단위로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팀 미션 수행을 위한 단 한 번의 모임으로 활동비는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최소한 팀활동을 위한 회의를 한 번 하는데 에도 장소가 필요한데 가장 만만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진행 될 경우, 인원 수 대로 음료만 주문해도 드는 돈은 만만치 않다. 여기에 밥 한 끼 먹게 되면,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소정의 활동비는 정말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최저 수준의 비용이다.

  물질적 보상 대신 좋은 경험은 얻을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특정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외 활동은 SNS에 기업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주 업무이다. 대외 활동 지원서에 블로그 일 방문 자수, SNS 팔로워의 수를 적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이 전달하는 이슈 사항을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이 과연 그들이 말하는 업계 체험인지 모르겠다. 구색 맞추기 식으로 현직자의 특강 일정을 짧게나마 넣는 곳들은 그나마 양반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말 금융권 체험, 마케팅 실전 체험을 바라는 지원자들도 없다.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는 빠삭해 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학생들이 원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인가.

  물론 모든 기업의 대외 활동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고 내 친구들이 경험한 많은 활동들이 그랬다. 단 몇 건의 사례가 있더라도 문제가 된다면 개선되어야만 한다. 특히 취업 시장의 영원한 을이라는 대학생과 그에 비해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기업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는 기업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하지 않으면 끝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SNS에 홍보성 게시물을 올려 줄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 저런 달콤한 문구는 쓰지 않길 바란다. 인턴사원만큼의 일을 시킬 거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길 바란다.

  실제로 한 친구가 했던 대외활동은 거의 인턴사원 수준의 업무였다. 외국어 특기자로 선발되어 밤낮없이 번역일을 하고, 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노가다성 활동을 했다. 활동비를 못 받아도, 차라리 업계에 대한 무언가를 배워갈 수 있는 일이었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했다. 친구는 자신의 어학능력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이러니 무보수 아르바이트생 이라는 말이 안나올 수 없다.

  우리는 취업을 위해 인턴십을, 인턴십을 위해 대외활동부터 시작한다. 다음 단계를 위한 수단으로써, 부당하다고 외치면서도 닥치는 대로 대외활동을 하는 우리가 문제인 것일까. 이런 점을 잘 이용하는 기업이 문제인 것일까. 문제가 누구에게 있든, ‘을’은 문제를 해결할 도리가 없다. 기업이 스스로 이 문화를 고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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