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박씨는 건강을 위해 늘 조깅과 테니스를 하고 1년에 1번 종합검진을 받고 있다.

반면 충남 예산군의 농민홍씨는 하루종일 논밭을 매느라 온몸이 쑤셔도 보건소가 멀어 진료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월소득 1백만원인 박씨의 보험료가 1만 8천원인 반면 고작 월소득 10만원인 홍씨는 꼬박꼬박 1만원씩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이것이 현행 의료보험제도(이하 의보)가 보여주는 허와 실의 단면도이다.

본래 의보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자 그 기본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 건강을 국가가 최종적으로 책임진다는 취지아래 생긴 제도이다.

따라서 의보는 국민전체가 혜택을 받기에 그 비용을 모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보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형적인 모습으로 뿌리내림에 따라 고질적인 병폐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초의 의보법은 63년 5.16쿠데타로 정권을 쥔 군부세력에 의해 민정이양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제정되었다.

형식적인 법제정으로 실질적 성과가 부실했던 의보법은 77년 유신체제말기 증폭되어 가던 노동자와 농민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정권의 공산에서 「노동자 및 공무원 의보가입」,「의료보호제」,「조합별 의보운영체제」를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87년에도 또한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당이 선심을 쓰듯 「의보를 농어촌, 도시지역까지 확대실시하겠다」고 밝혀 정책결정에 의료전문인 및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고 의보를 일방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에 따른 현행의보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직업별·지역별로 수많은 조합을 두고 각기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게 하는 조합별 운영방식을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보는 크게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의료보험」(이하 공교의보),「직장의료보험」,「지역의료보험」의 3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들은 각기 예산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유한 도시지역의 보험료가 예산이 부족한 농어촌지역으로 이전할 통로가 봉쇄되어 건강마저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빚게하는 한편 운영면에 있어서 예산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둘째 불공평한 보험료 부과방식을 꼽을 수 있다.

본래 의보는 「사회보험」이기에 보험료의 누진적 적용으로 소득의 재분배를 꾀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각 조합별로 보험료 부과기준이 달라 그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직장의보」와「공교의보」의 경우는 기준이 월급이다.

국가와 분인이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공교의보」의 경우는문제가 덜하지만 「직장의보」의 경우는 국고보조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고소득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이나 부동산소득이 보험료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월급외에는 소득이 전무한 저소득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은량의 보험료를 내야하는 형편이다.

또한 「지역의보」의 경우는 「농어촌의보」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월급에만 기준을 두는 「공교의보」,「직장의보」와 달리 「농어촌의보」는 한가족의 소득·재산·가족수·세대 등이 기준이고 특히 가족수 및 세대에 대한 보험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히 「현대판 인두세」라 불리울만 하다.

셋째 의보조합의 구성과 운영의 비민주성을 들 수 있다.

전국 농민회총연맹사무국차장 이정찬씨는 『의보조합의 운영위원 및 대표이사들은 농어민과 하등 관계도 없는 민정당 출신, 군장교들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진정 농어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외에도 조합부담에 비해 본인부담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기본보험료, 이용하기에 불편한 농어촌의 의료기관, 노령층과 병역자가 많아 진료비가 많이 들고 이로인해 적자를 면치 못해 지속적으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점 등이 지역의보의 문제점이다.

이러한 의보에 대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거센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23일(토)서강대에서 회원 3백 50여명이 모인 가운데「의료보장쟁취공동위원회」(이하 의보공위)의 주체로 열린「국민의료보험법쟁취 결의대회」는 이러한 국민들의 움직임을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에서는 지난 88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국민의료보험법」(이하 국의법)의 재의결을 촉구했다.

「국의법」은 보험료를 소득과 재산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한다는 것과 현재의 조합을 하나의 기구로 통합, 공공성을 강화하고 소득재분배를 뀌하며, 의보운영에 국민 및 전문가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는 88년부터 지속적으로 보험증 반납, 부당의보시정 결의대회등을 통해 거부의사를 밝혀온 전국민의 요구를 수렴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의법」이 실시될 경우 직장을 잃게 되는 조합이사들의 반발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측에 의해 거부되고 만 것이다.

이에 의보공위 간사 조연주씨는 『정부는 국의법을 거부한 이유로 통합이 되면 보험료가 2배∼4배 오른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만 사실, 누진율등을 적용시켜 보면 월소득 40만원 이하의 봉급자는 보험료가 줄어들고 고소득층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지요. 국민 대다수에게 유리한 이법은 반드시 재의결돼야 합니다』라고 밝힌다.

국민의 건강은 국가가 실질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턱없이 높은 병원문턱으로 또 한번 좌절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전민중의 참여와 여론형성으로 의료제도는 개선되어져야 한다.

올 5월 임시국회에서의 「국의법」쟁취는 바로 그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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