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비상구, 꽉 막힌 통로 ··· 안전상태 개선 '미흡'
굳게 닫힌 비상구, 꽉 막힌 통로 ··· 안전상태 개선 '미흡'
  • 박진아 기자, 남미래 기자
  • 승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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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려 있는 폐액 용기 제공=총무처 총무팀
▲ 사람 한 명 지나가기 힘든 통로 제공=총무처 총무팀
▲ 실험실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 제공=총무처 총무팀
▲ 비품으로 막혀 있는 이화·신세계관 비상구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 자물쇠로 폐쇄된 이화·포스코관 비상문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 공사차량으로 균열이 생긴 이화역사관 근처 도로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 본교 정문 앞 캠퍼스 가이드라인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편집자주> 다음 달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다. 본지는 지난 1년간 학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교내 비상구 실태, 실험실 안전 등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본지는 학내 안전 전반을 점검 및 고발하는 ‘세월호 1년, 이제는 안전이화’를 4주 연재한다.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작년 본지가 보도했던 ▲비상구 실태 ▲실험실 안전상태 ▲교통안전상태를 재점검한다.

  학내 안전상황은 작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26일 본지 취재 결과 교통안전 관련 시설, 실험실 내 인화성 물질 보관 상태 등은 이전보다 양호했지만, 일부 비상구는 여전히 폐쇄됐고, 실험실 종사자의 안전의식은 아직 부족했다.

  △여전히 막혀 있는 비상구 ··· 화재 시 대피 어렵다
  비상구는 여전히 ‘비상시 대피할 수 없는’ 문이었다.
본지는 작년 5월27일~5월29일 단과대학 건물과 유동인구가 많은 학생문화관(학문관) 등 교내 건물 25개의 비상구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음악관, 이화·포스코관(포관), 학문관 등 일부 건물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책상 등 자재들로 통행이 어려운 상태였다.<본지 작년 6월2일자 보도>

  이에 본지는 24일~26일 학문관, 포관 등 25개 건물의 비상구 실태를 재점검했다. 일부 건물 비상구는 작년 드러났던 문제점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문이라는 이유로 자물쇠로 비상문이 잠긴 곳이 있었다. 또한 비상문 앞이 통행에 불편할 정도로 의자, 책상 등이 쌓여있거나 비상구 내부를 창고로 사용하는 것 등이 문제였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

  책상, 의자, 동아리 비품 등은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비상구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25일 오후7시30분 이화·신세계관(신세계관) 1층 101호 강의실은 수업 중이었다. 기자가 101호에서 화장실을 지나 복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통로에 컴퓨터 본체 20개, 쓰레기통, 우산 포장기 등이 쌓여 있어 가로 폭이 1m가 채 안됐고, 비상구 또한 물건들로 가로막혀 있었다. 비상구 앞에 나무의자 7개가 약 160㎝ 높이로 쌓여있는가 하면, 바퀴 달린 의자 약 25개, 가로 약 45㎝, 세로 약 20㎝ 크기의 1인용 책상 6개가 문 앞을 막고 있었다. 화재 시 학생들이 비상구로 탈출하려 한다면 비상구 문에 손도 닿지 않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신세계관을 관리하는 경영대학 행정실 관계자는 “신세계관에 고장이 난 기자재들을 보관할 곳이 없어 비상구 앞에 쌓아두고 있다”며 “언제 치우겠다고 정해놓은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자재들이 비상구 주변에 쌓여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했다. 24일 오후4시40분 종합과학관(종과)B동 공동기기실에는 비상문으로 향하는 통로 앞에 약 1m 높이의 철제 서랍장이 버티고 있어 사람 1명이 지나가기조차 버거웠다. 25일 오후8시30분 기자가 학문관 2층 총학생회실이 있는 복도 깊숙이 들어가 보니 비상구 앞이 쇠로 된 동아리연합회(동연) 물건, 아이스박스, 첼로 등으로 가로막혀 원래 폭이 약 170㎝ 정도로 사람 3~4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복도가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비상구 문을 열어보니 나무판자 8개, 의자 1개, 바이올린 케이스 등이 비상계단 앞에 쌓여있었다. 동아리방이 있는 학문관 2층의 유일한 비상구 앞이 적재물로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연 이수현 비상대책위원장은 “학문관 2층에 쌓여있는 비품을 치워달라는 학생처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 그대로 뒀다”며 “요청을 하면 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구가 자물쇠로 잠겨있는 곳도 있었다. 포관 153호 옆 비상구는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에 대해 포관 ㄱ 경비원은 “잘 사용하지 않는 문이라 잠갔다”고 말했다. 종과B동 202호 옆 비상구 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소방시설법 제53조 1항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또는 방화시설을 폐쇄, 훼손, 변경했을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총무처 총무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본교는 과태료를 낸 적은 없다. 총무처 총무팀 이제항 대리는 “건물 내 비상구를 관리하는 각 건물 행정실에 비상구를 잘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낸 적도 있다”며 “하지만 비상구가 많아 하나하나 관리하기 힘들고, 방범을 위해 잠겨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비상구를 확실하게 개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조(국제·13)씨는 “비상구가 폐쇄됐거나 입구에 짐이 많아 화재 시 대피가 어려워 큰 피해를 볼까 무섭다”며 “비상구 관리를 좀 더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씨(중문·12)는 “비상구가 막혀 제 역할을 못 하는데도 학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정밀안전진단 후 1년 ? 안전상태 개선의지 있는 실험실 40%
  본지가 17일 본교 실험실 안전상태를 재점검한 결과 슬리퍼를 착용하고 실험하거나 화학 약품을 보관한 뚜껑을 열어놓아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더 커질 위험이 있었다.

  총무처 총무팀은 작년 5월14일~6월10일 연구실 안전진단 전문 업체에 의뢰해 본교 내 실험실 및 실습실 507개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본교 실험실은 ▲보호구 관리 미흡 ▲시약 보관 미흡 ▲흄후드(fume hood·내부의 공기를 위쪽의 배기구를 통해 내보내는 기구) 내 시약 다량 보관 등을 지적 받았다.


  <본지 작년 9월29일자 보도>
  당시 정밀안전진단 결과, 본교 실험실 및 실습실의 종합안전등급은 2등급이었다. 2등급은 ‘경미한 결함이 발견됐으나 안전성에 영향은 없으며,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전체 실험실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심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도 발견됐다. 총무처 총무팀은 작년 10월 정밀안전진단 결과 보고서를 각 실험실과 실습실에 보내 안전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총무처 총무팀에 따르면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개선 의지를 보이며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회신을 한 실험실은 약 40%에 불과했다.

  본지는 정밀안전진단 약 1년이 지난 현재 실험실의 안전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17일 오전10시 총무처 총무팀 황현주 대리와 안전 조치를 취한 실험실 중 무작위로 선정한 4곳을 돌아봤다. 조사한 실험실은 인화성 물질 보관 등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덮개 있는 신발 미착용 ▲일부 통로 통행 불편 ▲시약 보관 미흡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실험실 내 일부 통로가 의자, 책상, 가스통 등이 놓여있어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곳이 있었다. A실험실에 깊숙이 들어가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 책상과 증착기(진공 상태에서 금속이나 화합물 등을 가열 혹은 증발시켜 그 증기를 물체 표면에 얇은 막으로 입히는 기계) 사이에 약 140㎝ 높이의 가스통 2개가 놓여 있었다. 가스통 때문에 좁아진 통로 폭은 약 35㎝로,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총무처 총무팀 황 대리는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실험실은 비상 탈출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한 약품을 다루는 만큼 사고 위협도 높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사용했던 폐액의 관리가 개선되지 않은 점도 눈에 띄었다. 종과D동 B실험실에서 맥주병 크기의 병이 뚜껑이 열린 채 싱크대 안에 있었다. 폐액을 모으는 병의 뚜껑이 열려 있으면 폐액이 증발해 발생한 기체가 실험실 내부로 퍼지게 돼 위험할 수 있다. 총무처 총무팀 황 대리는 “폐액을 모을 때 일반 깔때기를 사용하면 유해가스들이 실험실에 머물게 돼 실험을 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의료 폐기물 뚜껑 또한 닫아놔야 하는데, 종과B동 C실험실 실험대 사이에 놓인 의료 폐기물 뚜껑은 열려 있었다.

  화학 약품을 보관하는 시약장의 표기도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시약장 문에는 어떤 약품을 어떻게 분류했는지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신고하도록 돼있으며, 각 유해화학물질은 물질을 다루기 전에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물질안전보건자료)를 확인하고 실험에 임해야한다.

  또한 연구실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실험실에서는 사용하는 물질의 MSDS를 항시 비치해야한다. 그러나 종과D동 D실험실 시약장에는 약품 병에 독극물, 인화성 물질 등의 위험 표시가 돼있는 화학 약품을 보관 중임에도 불구하고 약품 분류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화학 실험을 하는 ㄷ씨는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있지만 화학약품을 제대로 보관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무처 총무팀은 실험실 종사자에게 실험실 안전수칙에 대해 더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총무처 총무팀 황 대리는 “실험실은 특히 위험하므로 매일 일상점검을 해서 실험실 내 유해인자(화학물질, 고압가스, 기계기구 등)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정해진 안전 수칙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무처 총무팀에 따르면 실험실 내에서 인화성 물질을 담은 용기(18L)를 2개 이상 보관하면 안 된다. 이날 해당 수칙에 어긋난 실험실은 없었다.

  전문가는 기초질서를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충북대 임현교 교수(안전공학과)는 “불편하더라도 사고예방을 위해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기초질서를 지키는 원칙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