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근 여행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의미

▲ 25일 오후2시 ECC B142호에서 정상근 여행작가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 

  “여행은 인생을 배우는 방법 중 하나죠.”

  ‘이동성의 시대에서 본 여행의 의미’ 특강이 25일 오후2시 ECC B142에서 열렸다. SSK 한인 디아스포라와 트랜스이주 연구단이 주최한 이번 특강은 정상근 여행가 겸 여행작가가 연사로 나서 ▲여행의 방법 ▲여행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작가는 1년간 세계 배낭여행 후 ‘80만원으로 세계여행’ 책을 출판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여행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교육봉사단체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정 작가는 대학교 1학년 때 세계여행을 당찬 목표로 세우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던 이야기로 특강을 시작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비와 용돈을 모아 마련한 80만원으로 ‘이민자의 나라’ 호주를 첫 번째 여행지로 선택했다.

  “모두가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다른 것을 포기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죠. 첫 여행지로 호주를 택한 이유는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를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영어가 늘면서 일자리도 구할 수 있었죠. 그 결과 5개월 만에 2000만 원 넘게 벌 수 있었어요.”

  그는 그 돈으로 인도, 네팔, 핀란드 등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지로 떠났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하지만 깊은 생각, 아시아의 소득불평등을 느끼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다. 특히, 마지막 여행지 중동은 평소 중동지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던 그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꿨다.

  “중동에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을 만났어요. 처음 중동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까맣게 된 저를 한국인 같지 않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놀렸어요. 짜증이 난 저는 불치병 때문에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죠. 그러자 그들의 태도가 180도 변하며 모든 것을 공짜로 주기 시작했죠. 한 의사선생님은 휴대폰을 쥐어주며 아플 때 1번을 누르라 했어요. 자신에게 전화가 갈 것이라면서요. 이때 저는 여행이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 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정 작가가 처음 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부유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경제력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어린 시절의 그는 점점 더 소심해졌다.

  “점점 내성적으로 변하는 저로 인해 가족들이 가족회의를 열었고, ‘혼자 여행해보기’라는 해결책이 나왔어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저는 4만원을 가지고 5박6일간 전국일주를 떠나게 됐죠. 그 전국일주를 통해 저는 용기를 부여받을 수 있었어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상 어디든 배움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는 여행노트를 통해 자신의 여행경험을 기록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여행노트 기록습관은 정 작가의 여행 서적 출판에도 도움이 됐다.

  “전국일주를 할 때부터 저는 여행노트를 들고 다녔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노트에 제가 만난 사람들의 글을 받기도 했어요. 첫 여행지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아저씨에게 길을 묻다가 가출 청소년으로 오해받아 경찰서에 끌려갔던 경험도 여행노트에 남겨진 내용이죠. 방학 과제로 제출한 여행노트는 최우수 체험학습 우수사례로 선정돼 방송을 탔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어린시절부터 여행을 하며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과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여행은 그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압도적으로 잘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은 떨어져도 다른 사람과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는 것을 여행이 제게 알려준 소중한 깨달음이죠.”
강연을 들은 하해찬(커미·15)씨는 “여행이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강연자는 맨 몸으로 떠나서 많은 것을 얻고 왔다”며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닌, 삶을 배우기 위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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