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교 앞 화장품 가게 중국어 포스터로 도배돼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 중화권 관광객들이 쇼핑백을 들고 본교 앞 상가를 걸어 다니고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 본교 근처 한 오피스텔에서 중화권 관광객이 나오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찐라이 천관이샤(进来参观一下‧안쪽에서 구경하고 가세요)”

  본교생이라면 정문 앞을 지나가면서 한 번쯤 이 중국어 문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본교 정문 앞 거리가 중화권 관광객의 쇼핑 공간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의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한국을 여행하는 중화권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본교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 수도 함께 증가했다. 정문 앞 화장품 가게에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크게 써진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고 점원은 중국어로 손님을 맞이한다. 본교 앞거리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관광협회 소속 관광안내원 ㄱ씨는 “하루에 중화권 관광객 약 100~150명을 안내하고 있다”며 “주로 쇼핑이나 이화여대에 들어갈 수 있는지, 별도의 입장료는 없는지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요우커(遊客)가 즐겨 찾는 본교 앞 상권 ··· 중국어 포스터로 도배돼
  본지는 17일~18일 본교 정문 앞 상권이 중화권 중심이 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화장품 가게 ▲외국인 안전관리센터 ▲환전소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취재했다. 조사 결과 이대역에서 본교 정문, 본교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에 있는 1층 상점 109곳 중 중국어 포스터를 건 가게는 33곳(약 30.3%)이었다. 중국어 포스터를 건 33곳 중 31곳(약 93.9%)이 화장품 가게였고, 그중 중국어로 야외 호객행위를 하는 화장품 가게는 6곳(약 19.4%)이었다.

  본교 정문 앞 일부 화장품 가게에 따르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화권 관광객이 차지한다. A 화장품 가게 직원은 “매출의 약 60~70%는 중화권 관광객이 장악하고 있다”며 “작년 9월 개점했을 때부터 중국어 포스터를 부착하고 중국어 능통자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A 화장품 가게는 직원 5명을 모두 중국어 능통자로 고용했다. B 화장품 가게 역시 중화권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의 비중은 약 50%이며 작년 9월 가게를 열 때부터 중국어 능통자를 고용해 중화권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중화권 관광객은 본교 앞에 화장품 가게가 많고 중국보다 한국 화장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본교 앞을 찾는다. C 화장품 가게에서 쇼핑한 중화권 관광객 ㄴ(25)씨는 “중국에서 사는 것보다 한국이 약 10% 더 싸다”며 “주로 마스크팩, 클랜징폼 등 화장품을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중화권 관광객 짜오 칭(Zhao Qing?24)씨는 “사고자 했던 특정 품목의 화장품이 홍콩에 비해 한국은 반값 정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본교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시설도 등장했다. 아이스크림 가게 배스킨라빈스 근처 골목에 있는 환전소는 작년 여름 새로 생겼다. 작년 12월 말 서대문 경찰서도 대현문화공원 앞에 외국인 안전관리 센터를 설치했다. 외국인 안전관리 센터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됐다. 외국인 안전관리 센터에 근무하는 최아나 순경은 “중화권 관광객이 휴대전화나 지갑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했다며 민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화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화여대 안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소란을 피울 경우 출동해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앞 상점이 중화권 친화적으로 변한 상황에 본교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화장품 가게는 중화권 관광객에게 호의적이었지만, 한국인에게는 판매조차 하지 않았다. C 화장품에서 화장품을 사고자 했으나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판매를 거부당한 이지영(불문·14)씨는 “C 화장품 가게에서 한국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직원이 한국인에게는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며 “매장을 둘러보니 안에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뿐 이었고 당황해 매장을 나왔지만 황당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실제로 C 가게는 작년부터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했다. 기자가 18일 오후5시 C 가게를 방문하니 한국말을 하자마자 직원이 한국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 가게 내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고 화장품은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와 일본어로만 안내돼 있었다. 이런 가게의 영업이 합법인지에 대해 법무법인 ㄷ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는 일반 가게는 법률상 규정돼있지 않다”며 “합법인지 판단할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처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본교 학생은 중화권 관광객 위주로 바꿔 가는 상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한나(국문·13)씨는 “학교 앞 화장품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중국인 아르바이트생과 의사소통이 잘 안 돼 불편함을 겪었다”며 “한국이지만 한국말 알림판이 점점 줄어들고 중국어로 쓰인 알림판이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권도영(사과·15)씨는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입학했지만 학교 앞 거리가 중화권 관광객 위주로 변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본교 앞 레지던스 오피스텔 건설돼 ··· 주거공간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등장해
  본교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레지던스 오피스텔도 등장했다.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오피스텔로 분양을 받으면서도 호텔처럼 숙박 사업이 가능한 거주시설이다. 본교에서 5분 거리인 D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작년 11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하루 중화권 관광객 약 200명이 투숙한다. D 레지던스 오피스텔 관계자는 “객실 220곳 중 평균 80%는 관광객이 투숙하고 있으며 패키지 관광객이 아닌 개인 자유여행 관광객 위주로 숙박하고 있다”며 “이화여대는 중화권 관광객이 방문하는 선호 관광지 중 하나인만큼 신촌 지역에 앞에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D 레지던스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본교생 ㄹ씨(언론·13)는 레지던스 오피스텔에 숙박하는 중화권 관광객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ㄹ씨는 “관광객이 밤늦은 시간에 들리는 소음으로 불편을 겪었다”며 “금연건물이지만 투숙객이 담배를 피워서 냄새가 화장실로 올라오거나 복도에서 상의탈의한 채 전화 통화를 하는 중국인을 보는 등 거주하는 사람들이 중화권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D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이에 대해 난처한 처지다. D 레지던스 오피스텔 관계자는 “분양 당시 호텔업도 겸업하고 있다고 공지를 했지만 월세나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공지를 받아야 한다”며 “공인중개사에서 관련 공지를 받지 않았더라도 오피스텔 측에서 거주민에게 일일이 공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ㄹ씨는 “입주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호텔업을 겸업하고 있다는 공지를 상세하게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는 변해가는 학교 앞 상권에 대해 학교, 상인, 행정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교수(한국학과)는 “중화권 관광객이 학교 앞을 많이 찾다 보니 학교 앞이 학생이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관광객이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며 “이는 개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학생, 학교 행정기관, 서대문구청, 학교 앞 상인이 모여 타협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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