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대 학생대표 "교수-학생 교류와 단합이 중요한 조예대만의 특성있다"고 해명해

  ㄱ씨는 올해 과MT에 참가하지 않는 고학년 학생도 MT비를 내야 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MT를 가지 않는 학생에게 걷는 패널티, 일명 ‘MT 안가비’(안가비)다. ㄱ씨는 MT에 참가하지도 않는데도 MT 참가자를 위해 MT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안가비를 걷는다는 학생회의 설명도 이해되지 않았다.

  일부 학과가 MT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에게 안가비를 걷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안가비란, 과MT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걷는 불참비를 지칭하는 은어다. 일종의 패널티인 셈이다. 일부 학생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돈을 걷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조형예술대학(조예대)과 일부 조예대 소속 학과 학생회는 ▲MT 참여 독려 ▲예산 문제 ▲참가자의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안가비를 걷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본지 조사 결과 조예대 서양화과, 조소과, 도자예술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섬유예술과, 패션디자인과에서 안가비를 걷고 있었다. 서양화과, 도자예술과, 패션디자인과는 3~4학년 고학년에게도 안가비를 걷는다. 조소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섬유예술과는 1~2학년 저학년만 안가비를 내고 있었다.

  서양화과와 도자예술과는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참가비와 같은 액수인 2만 원, 5만 5000원을 안가비로 각각 걷는다. 도자예술과는 MT를 겸해 도자비엔날레에 참석하는데, MT비 5만5000원에 도자비엔날레의 입장료가 포함됐다. 영상디자인과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MT 참가비와 같은 액수인 5만 원을 안가비로 걷는다.

  심지어 안가비가 참가비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조소과는 1, 2학년을 대상 안가비로 참가비보다 5000원 많은 6만 원을 걷는다. 패션디자인과의 경우 1학년은 참가비보다 5000원 많은 6만 원, 2학년은 참가비보다 1만 원 비싼 5만 원을 안가비로 내야 했다.

  학생회 대표들은 공통으로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안가비를 걷는다고 설명했다. 패션디자인과 ㄴ 공동 학생대표는 “조예대에서 하는 MT는 학과 내 학생들의 결속력이 큰 조예대의 특성 상 다른 단대와는 달리 의무감이 있다”며 “전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안가비를 걷는다”고 말했다. 조예대 임예슬 공동 학생대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가비를 걷지 않은 공간디자인학과 2학년 학생은 6명만 MT 참가 신청을 했다”며 “안가비를 걷었다면 불참률이 50% 이상인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안가비와 참여율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에 의문을 표현했다. 안가비를 내는 것과 관계없이 MT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ㄷ씨는 “참가율이 저조한 것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행사 프로그램이나 성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참가율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안가비를 걷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이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회 측은 참가자에게만 돈을 걷으면 참가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가비가 MT 참가자뿐 아니라 과 전체 행사에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디자인과 ㄹ 공동 학생대표는 “안가비를 안 걷으면 참여율이 낮아지고, 그럴수록 참여인원의 참가비가 높아져 즐겁게 다녀와야 하는 과MT가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며 “MT 하루에 5~6만 원 이상 되는 돈을 내고 참가하는 것은 불편한 1박2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과는 MT 기획 당시 학생회가 수요조사를 하지 않은 채 해당 학과 학생 전체를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전체를 기준으로 잡은 예산이다보니,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있는 경우 예산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에 해당 학과 학생회는 MT 장소를 먼저 예약해야 학생들에게 참가 신청을 받을 때 MT 장소가 어디인지 공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양화과 ㅁ 공동 학생대표는 “학생들이 한 두 명이라도 더 참가하게 하려면 장소, 버스 대절 여부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과 전체 인원을 수요 인원으로 두고 MT를 계획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생기자 안가비를 걷다가 걷지 않게 된 학과도 있었다. 시각디자인과의 경우 재작년까지 1, 2학년에게 안가비를 걷었지만 한 학생이 행정실로 거센 항의 전화를 해 작년부터는 걷지 않는다. ㅁ(공디·13)씨는 “작년에 안가비를 걷어서 학과 내 불만이 매우 많았고 예산 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참가자의 부담이 많은 경우 내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금액이 많지 않아 안가비를 걷지 않았다”고 말했다.

  MT비를 명목으로 걷은 안가비가 남는 경우 공금으로 활용하거나 일부 돌려주는 학과도 있었다. 조예대 임 공동 학생대표는 안가비로 걷힌 돈이 MT에 사용된 후 남을 경우 학생 간식 등 공금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조예대 임 공동 학생대표는 “학기 말마다 페이스북이나 과대표를 통해 예산 사용 내역 장부를 공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MT에서 쓰는 예산이 불필요하게 남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ㅂ씨는 “듣기로는 MT 음식도 항상 남는다고 하고 사은품 남아돌아서 참여만 해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MT에 가지 않는 학생이 MT에 가는 학생과 같은 액수의 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ㄱ씨는 “MT에 가는 사람을 위해 불참자도 돈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에 대한에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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