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정문을 나서면 ‘대학’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대역에서 정문,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까지 이어지는 골목 곳곳은 이미 중화권 관광객을 위한 상점과 시설들로 가득 차있다. 화장품 가게 직원은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중국어로 가게를 홍보하고, 홍보 포스터 또한 중국어로 가득하다. 관광버스에서 무리 지어 내린 중화권 관광객들은 쇼핑을 즐기기 바쁘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17일~18일 본교 앞 화장품 가게, 레지던스 오피스텔 등을 조사한 결과, 본교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 사이에 있는 1층 상점 109곳 중 33곳(약 33.3%)이 중국어 포스터를 내걸고 있었으며 이 중 31곳은 화장품 가게였다. 약 93.9%에 달하는 수치다. 정문 앞 화장품 가게에 따르면 중화권 관광객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곳도 있다. 
      
  주거 공간도 마찬가지다. 중화권 관광객의 폭발적인 숙박 수요에 맞춰 본교 앞에는 단기 숙박이 가능한 레지던스 오피스텔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루 평균 200명의 관광객이 머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는 최근 몇 달 간의 문제가 아니다. 본지가 이번 호에서 이 문제를 주목한 이유기도 하다. 2008년부터 중국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화권 관광객 600만 명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 중 본교 앞은 그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본교 앞 거리에 더 이상 이화인은 없다. 본지가 이번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이화인들은 “학교 앞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으나 관광객들에 밀려 문전박대 당했다”, “늦은 밤, 오피스텔에 투숙하는 관광객들의 소음으로 불편을 겪었다” 등의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급속한 변화로 대학 생활의 로망을 잃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본교 앞 거리는 더 이상 대학가로 기능하지 못한다. 대학가의 특수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과거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기능했던 본교 대학가는 중화권 관광객의 쇼핑과 투숙에 그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실과 득의 논리에서 우리는 뭐라 할 말이 없다. 학생은 ‘돈 안되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가는 대학이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법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대학, 지역 사회, 시민이 함께 고민해 이화인도 있고, 관광객도 있는 대학가가 조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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