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셔틀버스 운행두고 학교와 학생 입장 엇갈려

▲ 음악대학 학생들이 첼로를 매고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주수연(관현·13)씨는 등굣길이 고역이다. 약 3kg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매고 정문에서 음악관까지 높은 언덕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본교는 셔틀버스 운행으로 학생들의 등굣길을 보다 편리하게 도와주고 있지만, 음악대학(음대) 학생들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셔틀버스 정류장 중 음악관까지 가는 노선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음대 학생들은 경제적, 체력적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음대 학생들이 느끼는 체력 부담의 주된 이유는 악기 무게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택시를 타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첼로를 전공하는 홍지희(관현·13)씨는 “7kg정도 되는 악기를 들고 음악관 언덕을 올라간다”며 “악기 무게 때문에 이대역에서 택시를 타고 음악관까지 가는 경우도 많아 교통비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음대 학생회와 학생들은 음악관 앞 정류장을 노선에 추가하기 위해 학생처에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 9월 총장과의 공개면담 직전 음대 학생회가 벽보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한 결과, 셔틀버스를 운행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당시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음대 진경민 전 학생대표는 “학생들 의견 중 음악관 앞 서틀버스 요구가 반 이상이었다”며 “학생 의견 중 ‘악기들고 올라오기 숨차요’, ‘매일 택시타야 하는 게 부담됩니다’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음대 학생회는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년 4월 학생처와의 공식 면담 자리에서 음악관 앞 노선을 요구했다. 학생회는 음악관 정문 앞 정류장을 1차적으로 요구했으나, 학생처와 의견을 절충해 음악관 지하 문 앞 정류장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1월2일 개편된 셔틀버스 노선에 음악관 앞 정류장은 추가되지 않았다. 총무처 총무팀은 음악관 앞 정류장이 노선에서 제외된 이유로 안전문제를 들었다.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음악관을 오르고 내려가는 길은 도로폭이 좁고 커브가 심하며 경사도가 높아 사고위험이 높다”며 “음대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해 조형예술관 앞 정류장을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개편된 노선에 대해 주씨는 “조예대 정류장은 요구했던 위치가 아니며 음대 건물보다 훨씬 밑에 있어 음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교의 주장과 대비되는 일도 있었다. 작년 7월29일 음악관 김영의홀에서 열린 총장 이?취임식 당시, 셔틀버스가 내빈들을 태우고 음악관 앞까지 이동한 것이다. 이 사진은 당일 음대 학생회 페이스북에 공개되며 학생들의 반발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무처 총무팀은 “당시 셔틀버스는 2~3회 일시적으로 운행했으며, 이를 위해 5명의 주차관리 인원이 배치됐다”며 “동 구간에 인원 배치를 상시로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취임식 당시 주차관리는 총무팀 직원들이 배치돼 이뤄졌다.

  본지가 12일 음대 경사도가 얼마나 가파른 지 총무처 총무팀에 자료를 문의한 결과, 실제 교내 도로 경사도 수치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무처 총무팀은 도로 경사도 수치는 총무팀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해당 정보를 관할하고 있는 재무처 시설팀에 요청해 경사도 자료를 받았다. 재무처 시설팀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음대 학생회가 요구했던 음악관 지하입구 지점인 조형예술관과 영학관 사이의 오르막길 도로(음악관 지하입구 도로) 경사도는 약 17.6%, 음악관 지하 입구에서 디자인관을 거쳐 음악관 정문으로 올라가는 도로(음악관 정문 도로) 경사도는 약 12.3%로 나타났다. 현재 셔틀버스 운행 노선인 아산공학관(공학관) 앞에서 공과대학(공대) 삼거리까지의 도로 경사도는 약 8.8%다. 그러나 재무처 시설팀이 제공한 공학관에서 공대삼거리까지의 도로는 노선 중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곳이다.

  본지는 실제 운행되는 도로 중 경사도가 가파른 도로를 선정해 직접 경사도를 구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브이월드 3D위성지도를 이용해 경사도를 측정했다. 경사도는 (높이/거리)x100을 해 퍼센트로 계산했다.

  경사각 45도는 경사도 100%를 뜻한다. 측정 결과 현재 셔틀버스 운행 노선인 이화·포스코관에서 공대 삼거리까지의 도로 경사도는 약 11.8%였다. 음악관 지하입구 도로 경사도는 약 16.2%, 음악관 정문 도로 경사도는 약 11.5%로 나타났다. 음대 학생회가 처음 요구한 음악관 정문 도로는 오히려 공대 삼거리까지의 도로보다 경사가 낮은 것이다.

  국토교통부 간선도로과 백도준 주무관은 “도로 경사도를 봤을 때 세 도로 모두 가파른 언덕”이라며 “경사도가 10% 넘어가면 차량이 원활하게 운행하기 힘든 구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형(관현·13)씨는 “모두 학생들이 올라가기 힘든 언덕인데 음대 학생들을 위한 노선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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