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 서울특별시장상 수상한 큐피드팀 인터뷰

▲ ‘QR코드로 보는 열린 박물관’으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위키서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큐피드팀의 박성은씨(왼쪽)와 박경은씨.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시관에 설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수화와 자막이 있는 도슨트 설명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박물관에 전시를 보러갔다. 때 마침 도슨트가 전시된 유물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시간이 있어 참여했다. 하지만 도슨트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박물관을 나와야 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도슨트 프로그램 참여했는데 아무런 설명을 못 듣다니?’라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이러한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팀이 있다. 바로 본교생 박성은(특교·15년졸)씨, 박경은(중문·14)씨, 양지(경제·10)씨로 구성된 큐피드 팀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박성은씨, 양지씨와 비장애인 박경은씨로 구성된 이 팀은 ‘QR코드로 보는 열린 박물관’을 제안 및 제작해 2월13일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위키서울’에서 최우수상인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 11일 박성은씨와 박경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구상한 QR코드로 보는 열린 박물관은 박물관 도슨트의 설명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품 근처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이 동영상은 도슨트의 설명을 수화와 자막으로 통역해 제공한다. 따라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프로젝트는 팀원이 실제로 겪은 불편에서 시작됐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은 박성은 씨가 듣던 사회과교육과 수업에서 일어났다. 어느 날 수강생 모두가 수업시간에 본교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전시를 함께 관람했다. 하지만 박씨는 도슨트의 전시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구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박씨에게 도슨트의 입모양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물관 특성상 조명이 어두워 입모양이 보이지 않았어요. 9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서 듣다보니 더욱 보기 힘들었죠. 교수님께서 그 내용 중에서 시험문제를 내신다고 하셔서 그 내용이 정말 필요했어요. 결국 도우미 친구가 녹음을 하고 녹취록을 작성해서 그 내용을 알 수 있었죠.”(박성은)

  개인적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했다. 과정은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QR코드를 설치할 박물관 섭외, 동영상 촬영, 동영상 편집 등 매 단계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박물관을 컨택할 때도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어떻게 우리의 사업계획서를 보내야 할지도 막막했죠.”(박경은)

  “박물관, 미술관 등에 연락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였어요. 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QR코드가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곤 했죠.”(박성은)

  수차례 전화와 메일을 돌린 끝에 QR코드 설치가 괜찮다는 답이 돌아온 박물관을 섭외했다. 하지만 실제 제작과정에서 더 큰 산이 나타났다. 수화통역사 섭외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

  “저희는 내용을 수화로 통역하는 수화통역사만 섭외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수화 감수자를 함께 섭외해야했죠. 통역사가 하는 수화를 보고 틀린 부분이 있는지 등을 체크해야 되기 때문이죠. 생각했던 예산을 벗어나는 일이라 당황했지만 팀원이 아는 분을 통해 통역사와 감수자를 모두 섭외할 수 있었어요.”(박성은)
촬영 역시 순탄치 않았다. 팀원 모두 영상 기기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 내용을 스크린에 띄어주는 프롬프터가 말썽이었어요. 고정이 안돼서 자꾸 넘어졌죠. 결국 궁여지책으로 첫 촬영에는 프롬프터에 의자를 아래에 받쳐서 사용했죠. 결국 마지막 촬영에서야 제대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었어요.”(박경은)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이들은 동영상 편집 과정을 꼽았다. 수화통역사 뒤의 배경을 박물관과 관련한 사진으로 합성하려 했으나 팀원 중 누구도 합성 방법을 몰랐다.

  “동영상에 합성을 하기위해선 프리미어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야했어요. 하지만 팀원 중 그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었죠. 시간은 없고 합성은 해야하고 결국 중앙도서관에서 3일 밤낮을 투자해 독학할 수 밖에 없었어요.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합성하고 동영상 변환을 하고 편집의 연속이었죠.”(박성은)

  제작을 완료한 후 이들은 QR코드 체험단을 꾸려 직접 사용한 후기를 모았다. 체험단에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포함됐다. 큐피드 팀에게 체험단이 들려준 의견은 이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나타났다.

  “수화통역사가 하는 수화가 딱딱한 느낌이라는 평이 많았어요. ‘백과사전식’ 수화라고 하기도 했죠. 전공책을 펼쳤을 때 받는 그 느낌이에요. 통역사의 표정 역시 딱딱하다는 의견도 많았죠. 제작 과정에서 수화를 하는 손에 집중하다 보니 통역사의 표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그때 알게 됐어요.”(박성은)

  물론 QR코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비장애인들로부터도 QR코드가 유용하다는 답이 있기도 했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아이들에게 전시품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는 동영상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박경은)

  프로젝트가 종료된 현재, 이들은 QR코드로 열린 박물관을 앞으로 홍보해 나갈 예정이며 이번을 계기로 그들의 서비스가 확대되질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도, 팀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저희의 결과물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한번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남아있고,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죠.”(박경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원들과 극복했고 끝까지 완료 지었어요. 이 같은 극복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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