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조은정 아나운서 인터뷰

▲ 온게임넷 롤챔스 조은정 아나운서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게임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잘 볼 수 있어야 해요. 게임을 보고 분석하고 누가 MVP가 될지 예상하는 것이 게임 방송 아나운서의 역할이니까요.”

  22세 어린 나이에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 대회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의 여신으로 등극한 이화인이 있다. 게임 방송 온게임넷의 조은정(무용·13) 아나운서다.

  조씨는 작년 9월, 롤 게임 팬들의 축제인 ‘롤 2014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롤챔스는 국내에서 시즌별로 이뤄지고, 롤드컵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롤 게임 대회다. 본지는 11일 홍익대의 한 카페에서 조씨를 만났다.


  13학번인 조씨는 아직 재학 중이다. 그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에는 휴학을 했지만 이번에 복학했어요. 힘들기는 한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학교 시간표와 일하는 시간이 맞도록 조정하고 있어요. 조정해도 너무 힘들어서 지금 감기에 걸렸네요.” 

  데뷔 후 조씨는 롤 게임 팬들에게 ‘롤챔스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에 본인 스스로 걱정도 많았고, 주변 사람들의 우려 목소리도 컸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는 아직 저에게 큰 어려움이에요. 물론 장점이 더 많아요. 모든 것이 처음인 저를 모두가 귀엽게 봐주고 아나운서 일과 관련된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거든요. 저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나운서 준비를 하면서 진로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조씨는 다니던 아나운서 아카데미 담임강사의 권유로 경험 삼아 보게 된 온게임넷 오디션에 덜컥 합격해 아나운서가 됐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오디션을 봐야해 걱정했지만, 조씨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싶어 지원한 방송사를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부 끝에 그는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찾았다.

  “오디션 전에 온게임넷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어요. 주요 대상층이 16살부터 36살의 남자더라고요. 저는 20대니까 딱 중간이잖아요. 대상 연령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렸죠. 면접을 본 사람 중에서도 제가 제일 어려서, 여대생의 풋풋함과 젊음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그 결과 조씨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작년 7월 온게임넷 아나운서 채용에 당당히 합격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아나운서가 된 그에게는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앞으로 자신이 진행할 방송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롤 게임 ‘만 렙’을 달성하라는 회사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만 렙’은 가장 높은 레벨을 뜻하는 게임 용어로, 롤 게임에서는 레벨 30을 의미한다. ‘만 렙’을 달성한 이후에는 이용자끼리 승급전을 치른다. 이 승급전의 승패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등의 등급을 갖게 된다.

  “모바일 게임은 좋아했지만 전혀 관심 없었던 롤 게임을 하려니 막막했어요. 방송을 위해 3주 동안 열심히 게임을 했고, 결국 만 렙을 달성했죠. 입사 후 방송 전까지 시간 대부분을 게임에 투자한 결과예요. 덕분에 롤 게임에 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이후 방송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온 그였기에 아나운서 도전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무용과 아나운서는 전혀 다른 분야였기 때문이다. 막상 아나운서가 되고 나니 무용전공은 그에게 시너지 효과가 됐다. ‘2015 롤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전공인 한국무용을 주제로 한 오프닝 영상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6살때부터 무용을 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무대경험이 카메라 앞에서도 떨지 않을 수 있는 ‘강심장’으로 만들어줬어요. KBS 박은영(무용·05년졸) 아나운서같이 무용 전공의 선배님들이 아나운서로 활약하는 모습도 많은 용기가 됐죠.”

  그는 가장 보람있는 순간으로 선수와 인터뷰할 때를 꼽았다. “MVP 인터뷰를 주로 맡아요. 그러다보니 굉장히 부진했던 팀이 첫 승을 거뒀거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신인이 우승해 그들을 인터뷰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는 인터뷰이도 처음이다 보니 긴장하고 많이 떨더라고요. 그런 떨림이나 기쁨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점이 아나운서의 특권인 것 같아요.”

  조씨는 졸업 후에도 아나운서의 길을 계속해서 이어갈 거라고 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우선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진로를 고민하다보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데, 저에게는 언제나 이화인이라는 자체가 큰 자신감이 됐어요. 때문에 저도 이화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나운서에 대해 진로고민하고 있는 이화인은 무엇이든 물어보면 좋겠어요. 문제를 해결 해줄 수는 없겠지만 같이 고민하고 현장 경험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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