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대학교 운영위원 이동학씨, 윤범기씨, 김민주양, 하재민씨, 한길우씨(왼쪽부터)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심봉사학과’, ‘또라이드라마학과’, ‘그까짓창업학과’······. 독특한 학과 이름을 가진 대학교가 첫 개강을 앞두고 있다. 바로 신촌대학교다. 신촌대학교는 기존 대학 교육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대안 대학교를 표방한 모임이다. 학교 부지는 없지만 카페, 스터디룸, 교회, 거리 등 신촌 곳곳을 무대로 한다. 4월 개강을 앞두고 있는 신촌대학교 운영위원 김민주(19·서울 관악구)양, 윤범기(39·서울 영등포구)씨, 하재민(26·경기도 남양주시)씨, 한길우(43·서울 서대문구)씨를 12일 제1강의실로 사용되는 카페 ‘무언가’에서 만났다.

  신촌대학교는 문화기획모임인 ‘신촌공화국’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작됐다. 신촌공화국은 신촌을 기반으로 지역공동체 문화행사 기획을 하는 모임이다. 2명으로 시작했던 이 모임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6000개가 넘는 인기있는 모임이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생, 직장인, 예술가 등 신촌대학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신촌대학교의 목적은 무엇이라 명시돼 있지 않지만 사정을 들어보면 참여자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기존 교육에 대한 오아시스를 찾는 것이다.

  “신촌대학교 설립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각기 다 달라요. 이 생각 덩어리들이 새로운 교육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죠. 저는 우리나라에 축제 기획, 감독에 대해 배우는 곳이 없다고 생각해 직접 신촌대학교에 축제학과를 만들고자 참여했습니다.”(한길우)

  “현재 대학교는 이익집단으로 변했고, 대학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의 진입 문턱은 너무나 높아졌는데, 우리는 배움을 계속해서 필요로 하고 있죠. 새로운 교육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죠.”(윤범기)

  신촌대학교에서는 누구나 교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신촌대학교의 교수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학과를 제안하고 운영위원회 앞에서 강의 계획에 관해 발표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논의을 마치면 학과가 개설된다. 심봉사학과, 또라이드라마학과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재 신촌대학교에 개설된 학과는 17개로 앞으로 더 많아질 예정이다.

  총장 선출 방법도 특이하다. 피터팬, 돈키오테, 키팅 선생. 이 익숙한 이름이 신촌대학교의 총장 후보다. 신촌대학교는 독특하게 가상의 인물을 총장으로 선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촌대학교를 알릴만한 정치인이나 전문가를 섭외할 생각이었지만, 운영위원회에서 이들의 명성에 업혀서 운영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어요. 결국 교수와 학생이 주가 돼 운영하자는 의미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총장을 찾기로 했고, 없다면 가상인물이라도 총장으로 세우자고 결정한거죠.”(윤범기)

  신촌대학교에서는 기존 대학에서 접할 수 없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예능정치학과는 ‘선택 2015’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이 신촌공화국의 임시정부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이다. 학생들은 직접 정당을 만들고 공약을 정한다. 선거유세를 통해 대통령 선출까지 할 예정이다. 이로써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정치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수업을 뛰어넘어 실습과 체험을 위주로 진행하는 거죠”(윤범길)

  성적평가는 모두 패스(pass)나 논패스(non-pass)로 이뤄진다. 다만, 우수하게 수료한 학생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학과의 모든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학생에게 등록금의 10%를 돌려준다. 학과마다 인센티브 내용은 다르다. 축제학과는 우수 학생에게 축제를 기획할 수 있는 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학생들을 서열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한길우)

  경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신촌은행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소셜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받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신촌은행의 ‘알아서대출’은 10년 동안의 기한을 두고 알아서 이자를 내고, 갚는 형식이에요. 모두 대출을 갚을 거라고 믿어요.”(한길우)

  고등학교 3학년이자 신촌대학교 예비 신입생 김민주양은 새로운 대학 교육에 기대감을 품었다.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뭔가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양한 학과와 학생들이 모여 신촌대학교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개성있는 사람들을 배출하는 것이 신촌대학교의 목표다. 신촌대학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신촌대학교의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됐으면 해요. 혼란한 사회 속에서 대안을 제시해 집단 지성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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